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以爲人, 己愈有,
以與人, 己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81장>
믿음성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성이 없다.
착한 사람은 말을 잘 못하고,
말 잘하는 자는 착하지가 않다.
지혜로운 자는 해박하지 않은데,
해박한 자는 지혜롭지 못하다.
성인은 쌓아두는 법이 없다.
남을 위했는데 자기가 더 갖게 되고,
남에게 주었건만 자기는 더 많아진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 해되는 법이 없고,
성인의 도는 위할 뿐, 다투지 않는다.
*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現生)은 기본적으로 번뇌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사회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맑지 못한 세상이다.
이를 다섯 가지의 탁함으로 분류해 오탁악세(五濁惡世)라고 부른다.
첫째, 겁탁(劫濁)은 時代가 탁한 것을 말한다.
환난이 그칠 사이가 없어, 한 시각이라도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때가
없는 사회악이 만연한 것을 뜻한다.
정치, 사회, 종교는 물론 도덕이나 윤리, 인간의 살벌한 심성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지금 이 시대는 전형적인 오탁악세이다.
둘째, 견탁(見濁)은 삿되고 악한 사상과 견해를 가진 자들이 세력을 얻어서
몰려다니고, 올바르고 착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 틈에서 밀려나는
세상을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보면 탐욕과 권세, 사리사욕, 재물, 명리(名利)에 눈먼
자들이 떼를 지어 세상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때문에 올바르고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초(楚) 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사자성어의 의미처럼, 온 세상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고 탁해, 오히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홀로 깨어 있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혼란스럽다.
셋째, 번뇌탁(煩惱濁)은 자기 것은 아끼고 남의 물건은 탐내며, 자질과 실력은
돌보지 않고 권세와 영예 등을 욕심 내어 갖은 술수를 부리다가, 만일 뜻을
이루지 못하면 상대방을 원망하고, 다른 이들을 중상모략하기를 일삼는
무리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번뇌탁(煩惱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국이 혼란스럽고 천지로 살기가 뻗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넷째, 중생탁(衆生濁)은 사람들의 자질이 극도로 저하돼 오히려 견탁(見濁)의
세상을 좋아하고, 번뇌탁(煩惱濁)의 세상에 사로잡혀 인간의 올바른 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말한다.
지금 이 시대는 마치 중생탁의 정점에 달한 듯 혼란스럽다.
다섯째, 명탁(命濁)은 말세가 다가와 인간의 탐욕이 낳은 악업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의 목숨이 점차 짧아져, 백년을 채우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과학과 의술이 발달했어도 인간의 생명은 백년을 채우지 못한다.
돈이 많은 재벌들도 그렇고, 최고의 지위까지 올랐던 대통령 역임자들 또한
같은 처지이며, 고위 관리로 부귀영달을 누린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명 앞에서 인간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평등하다.
서양 고대사에 나오는 수천 년 전의 인물들이 기본적으로 몇 백살에서
많게는 천 살에 가까울 정도로 장수를 누린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또한 오탁악세(五濁惡世)의 특징 중 하나이다.
세상 모든 게 막장을 향해 치닫다 보니, 정치도... 예술도... 사회도... 심지어
말빨을 자랑하는 논객(論客)이나 멘토를 자칭하는 자, 정치꾼 희망자들까지도
함량 미달자가 많다.
이들은 인격이나 영혼의 성숙, 지혜(智慧)는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오로지 해박한
듯 보이는 얕은 지식만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파고들어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고 있다.
이 또한 말세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사람들이 부화뇌동하거나 추종하는 것은, 지금 이 세상이
바로 '견탁'과 '번뇌탁', '중색탁'이 극심한 지경에 이른 탓이다.
말빨만 세어서 말만 물흐르듯 유려하게 잘하는 사람은 결코 지혜있는 사람이
아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가르치는 교훈처럼, 마치 해박한 듯 온갖 미사어구를 써가며
괴상한 논리로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오도하는 자들은 착하지도 않고,
또 믿어서도 안된다.
아름다운 말은 믿음성이 없고, 말만 잘하는 사람은 착하지가 않다.
사기꾼들 중에 말 못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혜롭지 못하면서 해박(該博)하기만 한 사람은, 말로 많은 죄를 짓게 된다.
죄 중에서도 말을 잘못하여 짓는 구업(口業)은 특히 엄중하여,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뤄야만 한다.
이를 알면 인간은 절대로 함부로 말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무책임하게
오도하거나 선동하지 못한다.
결국 사리사욕이나 권세를 위해 막말을 일삼는 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개념조차
갖고 있지 못할 정도로, 영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늘에서 하는 일은, 지혜를 터득하지 못한 인간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한 일인데, 결국은 자신이 더 갖게 되고...
남에게 주었건만, 자기는 더 많아진다.
남을 위해 희생하면, 몇 갑절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바로 하늘의 법이다.
물론 어떤 목적이 숨겨져 있지 않고, 순수하게 적선을 행했을 때 하늘에서 내리는
선물이다.
하늘의 도(道)는 인간에게 이롭게만 할 뿐, 절대로 해가 되는 법이 없다.
성인의 도(道) 또한 사람들을 위할 뿐, 결코 다투지 않는다.
... 그래서 성인은 무엇이든 쌓아두려는 마음 자체가 없다.
하늘의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을 숙지하고 있지 않는 한, 어떤 종교를 어떻게 믿건
간에, 영적인 발전이나 성숙은 기대하기가 요원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별에 올 때 가지고 온 숙제를 깨닫지도 못하고, 하기 또한
쉽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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