醲肥辛甘非眞味, 眞味只是淡.
神奇卓異非至人, 至人只是常.
<채근담(菜根譚)>
기름지고, 진하고, 맵고,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그저 담백할 뿐이다.
신비롭고, 기묘하고, 남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지극한
사람이 아니다.
지극한 사람은 평범할 뿐이다.
* 현대는 무조건 자극적인 것을 추구한다.
세상 모든 게 다 자극성을 향해 무섭게 몰아친다.
문학도... 예술도... 음악도... 영화도... 정치도... 심지어 사랑마저도
너무 자극적인 것만을 선호한다.
그래서 결국 <막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막장이 먹히는 세상...
오탁악세(五濁惡世)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뿐인가?...
미각(味覺)도 점점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고, 쾌락도 말초신경의 날선
자극만을 추구한다.
사랑도 담백하고 순수하게 하지 않는다.
지고지순 대신 열정과 성욕 발산을 추구하고, 이마저도 과시욕이 강하다.
사랑의 방법도 순수하지 않고 요란하며 자극적이고, 이벤트성에 몰두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놀라운 진실 하나가 있다.
세상 무엇이든 '진짜'는 결코 요란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사랑도... 예술도... 맛도... 사람도... 정치도... 진국은 담백하다.
요란하지 않고 담담하다.
공자(孔子)께서도 말씀하셨다.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마시고 먹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능히 그 맛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참맛은 절대로 자극적이지가 않다.
순수하고... 깨끗하며... 담백하다.
어리석은 자들은 담백한 맛을 '맛없다'고 외면한다.
평범함은 한목(閑牧)에, 무능으로 치부해 무시한다.
인간은 자극적인 맛에 한번 길들이면 담백한 맛은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종의 중독이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달콤한 맛은 결국 몸을 해치는 독(毒)으로 변하고 만다.
자극과 쾌락을 추구하는 자들이 점점 괴물처럼 변하는 이유이다.
고대의 제사(祭祀) 때 올리는 고깃국인 대갱(大羹)은 전혀 조미(調味)하지
않았다.
현주(玄酒) 또한 술이 아니라, 맹물의 다른 이름이다.
아무것도 조미하지 않았지만, 모든 맛이 그 안에 다 포함돼 있다.
인간은 머리가 비어 있을수록, 허식이 쩔수록, 언행이 요란할수록 가짜이다.
말과 행동이 기이(奇異)하고, 특이하며, 어디에서든 의식적으로 튀려고 애쓰고,
세력을 뽐내며, 권력 자랑에, 광자(狂恣)하게 떠들수록 실제로는 함량 미달이다.
스스로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더 요란하게 떠들고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더 세력을 키우려고 애쓴다.
결국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진국인 사람은 담백하고... 조용하며... 평상심을 유지해 자연스럽다.
한마디로 지인(至人)은 생각도, 언행도, 우정도 물처럼 깨끗하고 담담하다.
바로 小人과 大人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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