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행역시(到行逆施)...
매년 12월... 교수신문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
(四字成語)에 선정된 글귀이다.
설문에 응한 교수들 중 204명인 32.7%가 <2012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도행역시'를 선택했다.
도행역시는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吳子胥列傳)'에 실린 고사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춘추 전국시대의 명재상으로 유명한 '오자서(吳子胥)'가 자신을 질책하는 친구 '신평서'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
오자서(吳子胥)는 춘추시대의 소국(小國)인 오(吳) 나라의 재상이다.
전국 4강이자 초강대국인 초(楚)나라를 정복하고, 오나라를 일약 중원(中原)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케 만든 명재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인생 역정과 복수극은 중국 역사에서도 드라마틱 하기로 유명하다.
BC 523년....
당시 초(楚)나라의 평왕은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패륜을 일삼던 왕이다.
세자인 '건(建)'과 진(秦) 나라의 공주 '맹영'의 혼사가 성사되자, 평왕은 공주의 미모를 몰래
알아본다.
혼인을 위해 초나라로 오고 있는 '맹영' 공주가 절세미인이라는 첩보를 접한 평왕은, 장차
며느리가 될 공주를 중간에 빼돌려 첩으로 삼았다.
이에 목숨에 위협을 느낀 세자 '건(建)'은 외국으로 도피했다.
평왕은 세자의 스승인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를 대신 처벌하기로 하고 구금했다.
그리고 왕은 '오사'의 범상치 않은 두 아들의 복수가 두려워 두 아들도 참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오사'의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아버지를 모셔가라고 거짓 편지를 보내자, 이것이 왕의
계략인 줄 감지한 '오사'의 두 아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즉 첫째 아들인 '오상'은 아버지를 모시고 죽음으로서 효도를 다하고, 동생 '오원(오자서)'는
훗날 복수를 해 효도하기로 맹세한다.
결국 동생 '자서'만 고향을 탈출해 목숨을 건지고, '오서'와 '오상' 부자는 참살된다.
이때부터 '오자서'의 파란만장한 탈출 행각과 출세를 위한 처절한 드라마가 시작된다.
온갖 역경과 절박한 상황을 이겨낸 '오자서'는 오(吳)나라로 흘러 들어와 사로(仕路)에 나선다.
오나라 왕권이 복잡한 세력 다툼에 빠지자 '오자서'는 자신의 의제인 '전제'를 시켜 왕을
살해한 뒤, 자기의 세력이자 왕의 사촌인 공자 광(光)을 왕으로 추대한다.
이 임금이 바로 후에 초나라를 침공해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유명한 역사를 만들어내는
합려(闔慮) 장군이다.
결국 합려는 오나라의 왕이 되고, '오자서'는 명재상이 된다.
그 후, '오자서'는 초나라를 쳐서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고 가열하게 준비한다.
그러나 BC 516년...
'오자서'가 복수를 하기도 전에, 그의 원수인 초평왕이 병사하고 만다.
그리고 '맹영'이 낳은 진공자(秦公子)가 왕위에 올라 초소왕(楚昭王)이 된다.
'오자서'는 자기 손으로 복수하기 전에 초평왕이 사망한 것을 분히 여겨 사흘 밤낮을 대성통곡
한다.
그 후, '오자서'는 병법서로 유명한<손자병법(孫子兵法)>을 쓴 손무(孫武)를 만나고, 두사람은
의기투합해 오나라를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만든다.
드디어 BC 506년(초소왕 10년)...
'오자서'는 도피 길에 오른 지 17년 만에 손무와 함께 10만 대군을 이끌고, 그렇게나 꿈에도
그리던 초나라를 공격해,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드디어 초나라의 수도를 함락한다.
그리고 죽은 초평왕에게 잔인한 복수를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가 이를 질책하는 편지를 인편에 보냈다.
편지를 읽은 '오자서'는 편지를 전달한 사람에게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吾日暮途遠 吾故倒行而逆施之
(이미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서,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게 됐다.)
도행역시(到行逆施)란 유명한 사자성어는 바로 '오자서'의 이 말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혼란한 정국이 계속되는 것을 질타하고,
한편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의미가 심장하게 담겨 있는 단어이다.
전미개오(轉迷開悟)는 <2014년 새해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 61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7.5%(170명)가 '전미개오'를
선택했다.
'전미개오'는 불교(佛敎) 용어이다.
즉 '어지러운 번뇌(煩惱)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2013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정치적 속임수와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는 의미에서 선정됐다.
이 사자성어에는 당리당략과 허황된 영웅심, 사리사욕을 위해 부디 정치를 이용하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하는 청정한 마음으로 복잡하게 꼬인 정국을 '매듭풀기'하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2위는 '흐린 물를 씻어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한다.'는 뜻의 격탁양청(激濁揚淸)이...
3위는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의미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차지했다.
2012년 <올해의 사자성어>에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됐었다.
초(楚) 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단어로 '온 세상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고 탁해,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거새개탁(擧世皆濁)...
도행역시(到行逆施)...
전미개오(轉迷開悟)...
격탁양청(激濁揚淸)...
... 이 단어들을 보고 당신은 무슨 생각이 나는가?
오탁악세(五濁惡世)가 여실한 혼란한 정국이 보이기도 하고, 또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권모술수의 달인 정치꾼들의 모습도 보인다.
아울러 정치꾼들에게 "제발 탐욕으로 인한 어지러운 번뇌의 미혹에서 벗어나, 복잡하게 꼬인
정국을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매듭풀기'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도 엿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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