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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양(陽)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다...

아라홍련 2013. 12. 22. 20:57

 

 

 

       오늘은 동지(冬至)이다. 

       동지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은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이와 반대로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이다. 

       한국천문원에서 밝힌 올해 동지(冬至)의 입절(入節) 시간은 새벽 2시 11분이었다.

  

       고대에서는 태양력(太陽曆)에 의하여 자연이 변화되는 것을 24등분하여 24절기로 나누었다.

       24절기 중,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도달하는 때를 동지(冬至)라고 부른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인 11월 초순에 애기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 노동지(老冬至)라고 부른다.  

       올해 동지는 11월 22에 해당되므로 노동지(老冬至)에 들어간다.

       고래로 애기동지에는 팥 시루떡을 해먹고,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먹었다.

       중동지 때는 떡이나 팥죽 중 하나를 해서 먹었다.

       동짓날...

       전통사회에서는 일꾼들은 팥죽 아홉 그릇을 먹고, 나무 아홉 짐을 져야 한다고 믿었다.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서 

       특별한 미를 부여했다.      

            

       동지(冬至)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태양이 소생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해서 '작은 설날'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까지는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명절처럼 보냈다. 

       설날에 떡국을 먹고 나이 한 살을 더 먹듯, 동지 때 팥죽을 한 그릇 먹어야지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했다.

       이는 동지를 신년(新年)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의 역경(易經, 周易)에는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고, 복괘(復卦)로 11월에 배치했다.

       때문에 중국의 주(周)나라와 진(秦)나라에서는 음력 11월인 자월(子月)을 세수(歲首)로 삼았다.

       동지를 새해의 시작인 '설'로 삼아, 천지 신명과 조상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이는 동지가 절기상  '가는 해의 끝'이자, 오는 해의 시작'으로 양(陽)의 기운이 처음 태동하기

       때문에, 진정한 새해 첫 날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책력과 풍속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래돼, 동지가 지나면 새해가 시작된 것으로

       보았다. 

     

       동지(冬至)는 서양에서도 각별하게 보냈다.

       고대인들은 이 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경사스럽게 생각했다.

       그래서 축제를 벌이며 태양신(太陽神)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동지는 땅과 하늘에서 태양의 부활이 느껴지고, 모든 사물에 역동하는 힘이 강해지기 때이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초기 기독교가 이교도들의 동지 축제일과 태양 숭배 풍속을

       이용해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일이 아니다.

       신약성서에 예수 탄생일이 언급돼 있지 않은 이유이다.

       고대에는 농경민족인 로마인의 농업신 Saturn을 기리는 <새턴네리아(Satutnalia) 축제>가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성대하게 베풀어졌다.

       그 중 12월 25일을 '태양의 부활일'로 기념했는데, 이 날로부터 크리스마스가 유래됐다.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믿고 있는 것은 기독교가 만들어 낸 일종의 신화(神話)이다.

       그러나 예수 탄생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예수의 탄생 자체가 위대하고, 축복이다.    

       고대 서양사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 보면,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의식은 3세기에 접어들면서

       행해진 것으로 나온다.

       초기에는 그 날짜가 일정치 않아 1월6일, 3월 21일(춘분), 12월 25일(동지 축제) 등 세 절기

       가운데 어느 하루를 선택해 기념했다.

       로마교회(서방교회)가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한 것은, 서기 354년부터의 일이다.

       379년부터는 그리스도교회(동방교회)도 12월 25일을 예수 탄생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고려 때는 동지가 <9대 명절>에 당당히 들어가 있었다.

       심지어 조선 초까지만 해도 동짓날은 어려운 백성들도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아 하루를 즐기는 큰 명절이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명절을 대폭 줄여 <4대 명절>로 설과 한식, 단오, 추석을 두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왕실에서는 동지(冬至)를 명절만큼이나 성대히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조정에서는 4대 명절 외에도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 등 중요한 절기를 휴무로 정해서

        관리들이 아 날 하루, 집에서 쉬도록 배려했다.

 

       왕은 동짓날, 신하들에게 책력(冊曆) 전약(煎藥)을 하사했다.

       관상감(觀象監)에서 책력을 만들어 바치면, 왕은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를 찍어서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전약은 내의원(內醫院)에서 소의 다리와 소가죽, 소머리를 넣고 잘 고은 후, 관계(官桂)와

       생강, 정향, 후추, 대추, 아교 등을 섞어 기름에 굳힌 것이다.

       지방질과 단백질이 많은 전약은 약성이 따뜻하여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를 막아 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민가(民家)에서는 팥죽을 쑤어먹고, 책력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책력은 농경사회에서 생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요긴하게 사용되던 생활의 지침서였다.   

       뱀을 나타내는 '사(蛇)' 字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동지부적(冬至符籍)을 만들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1월 조를 보면, 이런 노래가 기록돼 있다.

 

                            동지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이 생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단오에는 '부채'를, 동지에는 '책력'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그렇다면 동지(冬至)엔 왜 팥죽을 먹었을까?...

           팥죽의 재료인 팥은 붉은색이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팥은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역할을 한다.                

           부정을 타지 말라고 팥을 뿌리는 것은, 붉은색을 싫어하는 잡귀를 쫒아내는 것으로 액을

           막는 행위이다

           적색(赤色)은 전 세계의 귀신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색이다.

           붉은 열매를 맺는 산사나무(아가위 나무)를 집 주위에 울타리로 심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팥죽 속의 하얀 새알심은 하늘을 상징한다.

           둥글게 빚은 찹쌀 단자(團子)는 하늘의 무수한 빛을 발하는 위성과 행성, 혹성을 뜻한다.

           또는 알의 부화, 즉 죽음에서 부활하는 씨앗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팥에는 오장육부 중 특히 심장을 보호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동지에 팥죽을 쑤는 행위는 불가(佛家)에서 전통적으로 잡귀를 쫓는 방식으로 확실하게 

           지켜지는 풍속 중의 하나이다.

           때문에 동짓날에는 팥죽을 많이 만들어 공양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붉은 색깔을 열매가 달리는 산사(山査) 나무는 5월을 대표한다고 하여 일명 may flower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영국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찾아갈 때 탔던 배의 이름이 바로 'may flower'이다.

   이 명칭을 사용한건, 마귀와 벼락을 쫒아준다는 가시 있는 붉은 열매나무가 달리는 산사나무가

   갖는 벽사의 의미 때문이었다.

   1620년 9월 16일, 102명의 청교도들을 싣고 미지의 세계 신세계를 향하는 배의 무사안녕을 기원

   하는 이름으로 당첨되어 사용됐다.

   또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쓰신 가시 면류관도 산사나무로 알려져 있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형으로,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도운 유대 최초의 대제사장 아론

  (Aaron)의 지팡이도 바로 산사나무이다.

                 

  동지(冬至)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는 때이다.  

   하지만 바로 동짓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해서 양(陽)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동지 다음날부터 해가 조금씩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하지(夏至)는 일년 중 가장 밤이 짧고, 낮이 가장 길어 양(陽)이 극에 달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바로 하지를 기점으로 밤의 기운이 점점 길어져 음(陰)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다.

   태양도 하짓날을 기점으로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한다.

   가장 추운 동지 때 이미 땅 속에서는 더운 기운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가장 더운 하지 때에

   이미 땅 속에서는 찬 기운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자연의 신묘하고 현현한 섭리이다.

   왜 인간이 교만하면 안되는지, 왜 인내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면 안되는지를 역설적으로 가르치는 

   자연의 소중한 혜훈(惠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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