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詳是處事第一法, 謙退是保身第一法.
涵容是處人第一法, 灑脫是養心第一法.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券一, 醒편>
안온하고 상세히 처신하는 꼼꼼함은 일을 처리하는 제일의
방법이요,
겸손히 사양할 줄 아는 것은 일신을 보존하는 제일의 방법이다.
너그러이 포용하는 자세는 사람을 대하는 제일의 방법이고,
소박하고 막힘없이 탁 트인 생각은 마음을 닦고 가다듬어
기르는 으뜸의 방법이다.
* 위의 글에서 안상(安詳)은 성격이 '차분하고, 꼼꼼하며, 자세한 것을 말한다.
겸퇴(謙退)는 <겸공퇴양(謙恭退讓)>의 준말이다.
즉 겸공(謙恭)은... 행동에서 겸손하고 공손한 것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 뜻하고, 퇴양(退讓)은... '남에게 사양하고 물러남'을 의미한다.
함용(涵容)은 '너그럽게 용서한다'는 뜻으로 '관용'을 뜻한다.
쇄탈(灑脫)은 '소탈하다', '거리낌이 없다', '대범하다'는 의미로, 성품이
조촐하면서도 탁 트인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교훈은 <신음어(呻吟語)>에도 나와 있다.
이 책은 중국 명나라 관리 '여곤(呂坤,1536~16198))'이 지은 책으로, 출간 이후
줄곧 중국관리들의 필독서와 지침서로 일컬어진 명저(名著)이다.
명나라의 유학자인 '여곤'이 마치 신음을 토해내듯 고통스럽게 써내려갔다고
해서 책 제목이 <신음어>이다.
<채근담>이나 <소창유기>, <취고당검소>처럼 주옥같은 어록들이 가득 담겨있다.
<신음어>에서도 다른 처세서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일 하나도 소홀하지 말것을
가르친다.
꼼꼼하고 상세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가장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그래야 후환이 없고, 뒷처리가 깔끔하다.
특히 인간은 겸손히 사양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나서고 물러나야 할 때'를
잘 판단해야만 한다.
나설 때는 서슴없이 나서고, 물러나야 할 때는 미련없이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해를 당하지 않고, 온전히 제 몸을 보존할 수가 있다.
한데 탐욕이 많으면, 이런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
등산(登山)만 중요한게 아니라, 하산(下山)의 방법과 모양새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모른다.
이는 최근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이 증명한다.
비리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들이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은 적나라한 사생활과 부정부패, 결정적 실수가 노출된 후에야, 하는수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본 국민들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보존할 명예도, 명분도 다 사라지고 상처투성이로 남게 된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세상을 원망할 뿐이다.
이는 그동안 명리(名利)가 어떠했건 간에, 그들의 실상은 그저 탐욕에 찬 소인
(小人)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온세상에 증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탐욕은... 이처럼 인간을 철면피하게 만든다.
<취고당검소>를 비롯한 모든 처세서와 <신음어>에서는 또 '너그러운 마음'과
'포용심'을 훌륭한 처세(處世)의 한 방법으로 권유하고 있다.
작은 실수나 거슬리는 행동은 슬쩍 눈감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모두 다 까발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논쟁을 일삼고, 비판만 하는 건 대인이
할 바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추종자만큼 반드시 적(敵)이 생긴다.
포용(包容)과 관용(寬容)은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지인(至人)과 대인(大人)의 특징은 생각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소박하며,
막힘없이 탁 트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는 달리 소인(小人)들은 생각과 사상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한다.
종교, 사상, 철학, 이념, 가치관에서부터 분별력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편협하고
편향적이며, 마치 빈 수레처럼 요란하다.
마음을 닦지도 기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방어기제가 강하며, 대부분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다.
허세 또한 요란하다.
마음을 넓고 담박하게, 또 사물을 탁 트이게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대인
(大人)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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