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정복(淨福)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조촐한 행복...
그 고요함과 평화, 안한(安閑)함이 그립고 또 그립던 지난 열흘 간이었다.
열흘 전,
무거운 물건의 균형을 잡으려고 순간적으로 힘을 썼다가 팔의 근육이 파열됐다.
정말 일찰나에 생긴 일이었다.
찰나(刹那)란, 75분의 1초를 말한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팔을 움직일 수가 없으니 힘을 쓸수 없고, 힘을 쓸수 없으니 팔을 사용할 수 없었다.
깁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타인의 보살핌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깁스를 하지 않은 채 치료에 매달렸다.
하루에 병원을 두 군데씩 다녔다.
양병원과 한방병원...
두 병원 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기 때문에, 내겐 매우 고단한 일이었다.
다친 팔만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다치지 않은 팔까지 함께 치료해야만 했다.
한쪽 팔만 사용하다보니, 안그래도 직업병으로 안 좋았던 손목에 무리가 갔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양쪽 팔을 다 치료하고 있는 중이다.
진통제와 소염제, 항생제 등을 하루에 세번씩 먹는 것도 고역이다.
나는 16시간을 금식하고 나머지 시간에 두끼를 먹는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다.
한데, 약 복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에 세 번씩 끼니를 챙겨먹고 있다.
이로 인해 생활의 리듬이 바뀐데다가 약기운 때문에 조심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금방 하루해가 저물곤 했다.
서쪽 끝에 간신히 걸린 진홍빛 놀빛은 박명(薄明)의 거리에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황량한 바람과 마주한 나의 마음 또한 을씨년스러웠다.
사나운 북풍에 몸을 부딪친 나뭇잎들은 비명처럼 아우성을 치며 요란스럽게
군무를 추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옷깃을 여미며 정복(淨福)의 소중함이 더욱 간절해지곤 했다.
블로그가 부담스럽다.
부상 때문에 일은 안 해도, 포스팅은 해야 하는 상황...
포스팅을 안 하자니 블로그 방문자들이 혹여 걱정할까, 궁금해할까 저어되고
포스팅을 하자니 아픈 팔에 무리가 갈까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은 날 위해 기도해주었을까?...
마음에 담아두고 나를 기억해 주었을까?...
세월은 추억을 퇴색시키지만, 때론 인간을 치료하기도 한다.
시간이 의사일 때가 있다.
흐른 시간만큼 팔의 상처도 많이 아물었을 것이다.
가장 좋은 치료는 팔을 사용하지 않고 안정을 취하는 것...
왕비처럼 사람을 부리며 팔을 사용하지 않아야 좋겠지만, 왕비가 아닌 나는
모든 일을 다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하니 고달프기만 하다.
결국 양쪽 팔을 다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은 아픔을 치유하고,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을 것이다.
그때까지 당신이 잊지 않고 날 위해 기도해주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