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釋(신석)
(정신이 몸과 그림자에게)
大鈞無私力 천지의 변화는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모든 이치는 뚜렷이 나타난다
人爲三才中 사람이 삼재(天.地.人) 속에 서 있는 것은
豈不以我故 나로서 비롯됨이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내가 그대들과 다르긴 하나
生而相依附 태어나 서로 의지해 함께 살며
結託善惡同 결탁하여 선과 악을 함께 했으니
安得不相語 어찌 한마디 안 하겠는가
三皇大聖人 복희 신농 황제 세 성인도
今復在何處 지금은 어디에도 있지 않으며
彭祖愛永年 불로장생을 꿈꾸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결국 죽어 살아 남지 못하였네
老少同一死 늙은이나 젊은이나 죽으면 마찬가지
賢愚無復數 어짊과 어리석음 가눌 수 없네
日醉惑能忘 술에 취하면 혹 잊는다 하나
將非促齡具 오히려 늙음을 재촉하는 것
立善常所欣 선한 일을 이루면 기쁘다 하나
誰當爲汝譽 누가 있어 그대를 알 것인가
甚念傷吾生 깊은 생각은 삶을 다치는 것
正宜委運去 마땅히 운명에 맡겨둬야지
縱浪大化中 커다란 조화의 물결을 따라
不喜亦不懼 기뻐하거나 두려워 하지도 말게나
應盡便須盡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 버리고
無復獨多慮 다시는 혼자 고독하게 걱정하지 마시게
~* 도연명(陶淵明) *~
* 이 詩는 도연명(도잠)의 대표적인 詩이다.
인생의 본질을 관조하는 내용이라 이 詩를 좌우명으로 삼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도연명의 신석(神釋)은 특히 13억 중국인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지센린'이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알려진 詩로 유명하다.
그가 96세 때 펴낸 수필집의 제목이 <다 지나간다>인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41세에 은자(隱者)의 삶을 택한 도연명...
신석(神釋)은 세속에 물들지 않은 청정한 정신으로 삶을 진실되이 성찰해 통찰의
능력을 얻은 뒤, 풍진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실체를 가르치고 위로
하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이 시를 읽은 많은 이들이 잔잔한 감동과 함께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혜훈(惠訓)
으로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위의 詩에서 마지막 구절은 사람의 정신이 '육체와 그림자'에게 하는 말이다.
從浪大化中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不喜亦不懼 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盡應盡便須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無復獨多慮 다시는 깊이 생각하지 마시게
이 詩... 왠지 애잔하지 않은가?
신석(神釋)에는 인생의 지혜와 큰 가르침 등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전을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왜 신석(神釋)을
좌우명으로 많이들 생각하는지, 이 詩를 거듭해 읽다보면 그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큰 깨달음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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