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隱者不遇成二絕
(은자를 방문했다가 만나지 못하고 - 두절구)
秋水悠悠浸墅扉 가을비 주룩주룩 농가 별장 사립문 적시네
夢中來數覺來稀 꿈속에는 여러 번 왔었지만 실제 온 것은 드물지
玄蟬去盡葉黃落 매미 사라지고 나뭇잎은 누렇게 떨어지는데
一樹冬靑人未歸 한그루 사철나무 있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네
城郭休過識者稀 성에서 쉬며 보니 아는 사람 없고
哀猿啼處有柴扉 슬픈 원숭이 울음소리 있는 곳에 사립문 하나
滄江白日樵漁路 강은 파랗고 해는 흰데 나무와 고기 잡는 길만 있네
日暮歸來雨滿衣 해 저물고 돌아오는 길 비에 옷이 젖었다
~* 이상은(李商隱, 812~858) *~
(당나라 후기 詩人. 唐詩 300수에 24수의
시가 올라가 있다.)
* 추우(秋雨)...
가을비가 마치 장맛비처럼 내린다.
어제부터 여지껏 비가 쏟아지고 있다.
점점 소리가 작아지던 쓰르라미 소리는 어젯밤부터 완전히 끊겼다.
내가 술꾼이었다면 아마도 술을 많이 마셨을 지난 하루였다.
세상이 시끄럽고, 나라가 하루도 평안할 틈새 없이 어수선하니 국민들 마음
또한 잠시도 편할 날이 없다.
한국이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이다
어제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시비 때문에 하루 온종일 나라가 시끄러웠다.
지역과 이념, 사상, 정당이 갈갈이 찢겨지고 분열돼, 진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냥 무조건 서로 편을 나눠 물어뜯고 싸울 뿐이다.
이들에겐 진실 따윈 필요없다.
팩트도 필요없다.
한마디로 광기(狂氣)의 시대이다.
냉정하게 대처하지 않고 이성을 잃은 채 무작정 편가르기만 하다가 상황이
결국 악화됐다.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일어나고 말았다.
열흘 전 미국으로 떠난 아이의 사진이 유출됐다.
학교에서 체험학습 간 단체사진,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진....
한두 가지만 유출된 게 아니다.
단체사진은 친구들이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제부터 SNS의 메신저와 카카오톡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나는 트위터건, 카카오톡이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사실을 알 수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나도 연락을 받고 블로그에서 아들로 추정되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걸
세 종류나 보고 기겁을 했다.
또다른 정보들도 있었다.
아마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일이 참 복잡해지게 생겼다.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이 각자 여러가지 생각으로 어제 하루, 나처럼 마음이 매우
착잡했을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 간지 13년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
오랫만에 첫 통화를 하며 내가 물었다.
미국에 이민간 거 후회한 적 없느냐고...
그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답했다.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노라고...
한국에 정나미가 떨어져 떠났으니, 딴은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근본이 한국인인 것을, 야생초 사진 하나에도 눈물이 맺힐만큼 애잔한
것을 어찌 하랴.
나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이념과 정치, 지역의 갈등을 볼 때마다 불쑥불쑥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래서 이민에 대해 문의했더니, 생각도 안 하고 곧바로 답한다.
이민 올 생각 말고, 놀러만 오라고...
그래, 하긴 그게 좋지.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민을 간단 말인가?
어제 TV에서 전두환의 아들이 기자회견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순간, 30년 전 최류탄과 돌, 방망이, 구호가 난무하던 처절했던 한 때가
오버랩되며 말할 수 없이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문득, 술 생각이 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탄생을 막기 위해, 맹렬히 시위에 참여했던 나...
당시 시위는 20대들이 주역이었다.
또 1987년에는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에 반발해 일어난 6월 민주화 항쟁 때
성당 소속의 교인으로 시민단체 시위에, 또 교구 주도의 시위에, 심지어는
타 성당의 시위까지 지원을 나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시위에 참석하곤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시위의 주도를 천주교의 사제들이 거의 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맞지 않거나 다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도 자연히 터득했다.
시위에 참석할 땐 꼭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최대한 공들인 차림을 해서, 그
많은 시위에 참여했음에도 전경들로부터 맞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젊은 한 때를 맹렬한 시위로 치열하게 투쟁하며 살았는데,
작금의 나라 꼴을 보면 이 나라가 많이 싫어질 때가 있다.
요즘 부쩍 그렇다.
* 이 글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