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옛 친구를 찾았다.
13년 전, 그녀가 미국으로 이민간 뒤 내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끊겼다.
한데 얼마전, 내 프로필 밑에 왠지 익숙한 이름으로 인사를 하며 연락처를 남긴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녀였다!
내가 멜과 통화에서 한 첫 마디는 '참 끈질긴 대단한 인연'이란 단어였다.
나는 프로필 공개를 안 하고, 작년 10월까지 인터넷에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아무리 나를 찾으려고 노력해도 찾을 수 없었던 이유이다.
카카오톡으로 나를 그렇게 오래 찾았다는데, 나는 스마트폰을 최근에야 구입했고
카카오톡이 뭔지도 모른다.
그러니 찾을 방도가 없었을 듯...
그러다 며칠 전 구글링으로 그녀가 드디어 내 사진을 찾아냈다.
바로 작년에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상을 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연락이 됐다.
13년 동안 한번도 본 적 없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었지만 전화하고, 멜 연락하고,
매일 내 블로그에 들어오니 세월의 간격을 느낄 수가 없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좀 적다.
내가 단골로 다니던 Shop의 주인이었다.
'친구'라고 생각하는건, 인연이 워낙 길고 마음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자정 넘어까지, 하루를 넘기며 통화를 하던 그녀가 말했다.
"'안개 속에 숨다..."에 나오는 꽃이 너무 예뻐요.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사진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답했다."좋아하는 꽃도 어쩜 그렇게 성격하고 똑같니?..."
그녀 나이도 이제 50대...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왔어도 꽃을 좋아하고, 정을 그리워하며, 성격 똑부러지는 것은
변함없다.
딸이 둘 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미국 동부에 사는 그녀는 이제 곧 일요일 아침을 맞을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한국의 야생화를 보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귀한 야생화 사진들을 공개한다.
드디어 나도 미국 가서 맘 편히 쉴 곳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