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야, 자귀나무야...
산 깊은 곳에 숨어 살다가
누구 보라고
강변으로 들판으로
어느 마당 넓은 뜨락까지 내려온
자귀나무야 자귀나무야...
예까지 무엇하러 왔니, 왜 왔니
봄꽃이 지기 무섭게
초록 잎새 무성히 매어 달고
가장 높은 왕의 자리에
합환(合歡)의 비단 이불 펴 놓은
자귀나무야 자귀나무야...
임을 만나러 왔구나, 올 해도 왔구나
별 뜨고 달 밝은 밤에
새털처럼 부드러운 꽃잎 위로
사랑하는 사람을 눕히면
하늘 향해 손을 벌린 잎사귀들
문을 닫아 주는데
자귀나무야 자귀나무야...
무슨 말을 할 거니, 마음만 줄 거니
밤은 더욱 깊어지고
새벽이 더욱 가까워지면
불현듯 입속에서 천둥이 치고
눈빛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소나기가 쏟아져 살갗을 때리는구나
자귀나무야 자귀나무야...
하룻밤 운우지정 나눈 사랑으로
온몸이 축축하게 물에 젖었구나
어느새 열매 맺혀
바람따라 풍경 소리를 내는구나
미움 하나 한결같이 모르는
자귀나무야 자귀나무야...
~* 김종제 *~
* 7월은 자귀나무꽃의 계절이다.
처음 자귀나무꽃을 접했을 때, '어떻게 이렇게 이쁜 꽃이 다 있나...?' 감탄을 했었다.
자귀나무는 꽃대에 15~20개의 꽃들이 산형(傘形) 꽃차례를 이루며 환상적으로 꽃이
핀다.
넓게 퍼진 가지 때문에 나무의 모양이 풍성하게 보이고, 특히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화려해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잎이 낮에는 옆으로 활짝 퍼지나, 날이 흐리거나 밤에는 반으로 접힌다.
밤이면 두 잎을 맞대고 잠드는 나무라고 하여 자귀나무의 한자 이름이 합환목(合歡木),
합환수(合婚樹), 야합수(合婚樹), 유정수(有情樹), 애정목(愛情木) 등으로 불린다.
콩과에 속하는 활엽수 자귀나무가 '사이 좋은 부부'에 비유되는 이유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자귀나무를 안마당에 심어놓으면 부부의 금슬(琴瑟)이 좋아진다고
하여 침실 창가에 많이 심었다.
왜 이런 전설이 내려올까?...
옛날 중국에 '우고'라는 사람이 조씨 성을 가진 부인과 살았다.
부인은 단오가 지나면 자귀나무의 꽃을 따서 말린 후, 그 꽃잎을 베개 속에 넣어 두어
꽃의 香을 즐겼다.
그러다 남편이 우울해하거나 불쾌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말린 꽃잎을 조금씩 꺼낸 뒤
술에 넣어 마시게 했다.
그러면 자귀나무꽃 술을 마신 남편은 거짓말처럼 명랑해지곤 했다고 한다.
자귀나무가 부부의 금슬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귀나무의 잎이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자귀나무의 잎은 버드나무 잎처럼 가늘고, 마주 붙어 있는 겹잎이다.
한데 낮에는 그 잎이 활짝 퍼져 있다가, 밤이 되면 반으로 딱 접힌다.
이를 본 사람들은 잎들이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자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첫째, 자귀나무는 더위를 좋아하기 때문에 밤에는 열을 발산시키는 잎의 표면적을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적게 하려고 잎을 모은다.
둘째, 잎을 모아서 폭풍우 같은 피해에 대비해 최선의 방어 자세를 갖춘다.
셋째, 잎을 모아서 밤새 날아드는 벌레의 침입을 막는다.
자귀나무는 이처럼 신기한 잎으로도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더욱 유명하다.
환상적인 색깔의 조화 때문이다.
꽃받침과 꽃잎의 색깔은 연초록색이다.
길이가 3cm 정도인 수꽃술은 윗쪽이 진분홍색이고, 아랫쪽은 흰색이어서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아름답다.
사람들이 꽃잎으로 알고 있는 부분은 사실 수꽃술이다.
이 수술이 활짝 피면 마치 수백 개의 명주실이 진분홍색으로 물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귀나무는 가을에 열매가 달리면 금방 떨어지지 않고 겨울 내내 가지에 붙어 있는
것이 많다.
열매는 한방에서 약재의 재료로 사용된다.
진정, 진통, 강장, 이뇨 등의 약효가 있으며, 특히 불면증 치료제로 많이 이용된다.
나무는 조각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새들도 자귀나무 열매를 좋아해, 정원에 자귀나무를 심으면 새들이 이 열매를 먹기
위해 집 안으로 날아들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정경을 연출한다.
그래서 예전엔 사대부 집이나 여염집을 불문하고 자귀나무를 안채에 많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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