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아래서...
한껏 구름의 나들이가 보기 좋은 날
등나무 아래 기대어 서서 보면
가닥가닥 꼬여 넝쿨져 뻗는 것이
참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철없이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잘게 부서져서 구슬 같은 소리를 내고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어무린 색깔로
연등날 지등(紙燈)의 불빛이 흔들리듯
내 가슴에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의 물결이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흐르기 시작한 것은
평발 밑으로 처져 내린 등꽃송이를 보고 난
그후부터다.
밑뿌리야 절제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드는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 송수권 *~
* 등나무의 꽃말은 '환영'과 '사랑에 취함'이다.
종려과에 딸린 덩굴식물인 등나무는 초여름에 연한 보랏빛 꽃이 핀다.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으며, 한여름 철에는 그늘을 제공해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자귀나무꽃과 마찬가지로 이 등나무꽃을 말려 원앙침에 넣으면 금슬(琴瑟)이
좋아진다고 전해진다.
또 등나무 잎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틈이 생겼던 애정이 다시 돈독해진다는 민속이
전해 내려온다.
예전에는 등나무의 새순을 '등채(藤菜)'라 하여 삶아서 무쳐 먹었다.
고춧잎 같은 맛에 꼬들거리는 식감이 있고 고소하다.
또 등꽃으로는 약술인 '등꽃주'를 만들었는데 피로회복과 식욕증진, 진정효과는
물론 통증을 멎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옛날 지체 높은 사대부가에서는 등꽃으로 '등화채(藤花菜)'라는 풍류식(風流食)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등꽃에 소금물과 술을 친 후 버무려 시루에 잠깐 찐 다음, 찬물에 식혔다가 소금과
기름에 무쳐서 등꽃의 풍미를 즐겼다.
등나무는 잎과 꽃, 덜익은 열매 등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등
다용도로 이용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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