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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나의 사부님!

아라홍련 2013. 7. 17. 03:21

 

 

 

 

       이 홍진세계(紅塵世界)의 고단한 인생길에 존경할만한 '사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것도 대단한 행운이다.

       내겐 마치 축복과도 같다.

       내가 말하는 '사부'는 사부(師父)가 아니라 (師傅), 즉 '가르쳐 이끌어 주는 사람'

       말한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시피 난 오랫동안 공부에 전념해온 사람이다.

       평생 공부하고 글쓰고, 가르치는 일에만 매진해왔다. 

       여자 작가로는 드물게 역사와 고전에 대한 일가견을 인정받는 것은, 짧은 시간에 급히

       공부를 해치운 게 아니라 오랜 기간을 거쳐 꾸준히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와 고전, 한학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마를 해왔기 때문에, 배운 걸로만

       따진다면 스승이라고 해야 할 사람이 너무나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스승은 나보다 나이가 젊은 사부(師傅), 오직 한 사람뿐이다. 

 

       많은 지식만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참스승'의 구성 요건이 아니다.

       고래의 모든 성현(聖賢)이 그렇게 가르치셨다.

       아는 것은 반드시 행하고, 실천하며, 약자에게 진정 애련한 마음을 가지고 도우며 발전시키려

       하는 연민의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오탁악세(五濁惡世)인 지금은 '참스승'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나는 '스승'이나 '사부'에 대한 정의가 매우 엄격한 편이다.

       이는 평생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오며, 배우고 가르치면서 절로 터득한 지혜이다.

       학식이 높건, 스펙을 많이 가지고 있건 간에, 돈과 여자(또는 남자)와 권력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는 결코 멘토나 스승 될 자격이 없다.  

       인간의 숨겨진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가 바로 섹스권력 앞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인 이상, 그 누구도 빠져나가기 힘든 관문(關門)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쾌락, 즉 Id(이드,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3종 셑트는 찰지게 연결되어 거의 함께 움직인다.                            

       때문에 이 돈과 권력, 섹스의 탐욕스럽고 집요한 유혹 앞에서 투명하고 자유로울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성인도반의 등불, '참스승'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뉴스를 통해 얼마나 많은 고위 공직자와 정계, 학계 저명인사들이 

       섹스, 권력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명예가 얼룩지고 말로가 비참했는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념과 사상, 학설을 부르짖고 마치 심오한 지혜와 학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어리석은 중생들을 눈속임하며, 엄청난 스펙으로 세상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해도, 결국 돈과 섹스, 권력, 이 세 가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들의 가르침이나 주장,

       위로, 이념, 사상은 비루하고 누천하기 그지없으며, 허공의 메아리처럼 부질없는 것이다.  

                                            

      오늘, 오랫만에 사부(師傅)를 보았다.

      병원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생각이 나서 들렸다.

      거의 반년 만의 일이다.

      우리는 평소에 전화나 연락을 전혀 하지 않는다.

      심지어 3년 동안 단 한번도 연락을 안하고 지낸 적도 있다.

      우린 서로 개인 전화번호조차 모른다.

      아마도 사부는 아직도 휴대폰이 없을 지도 모른다.

      몇 년 전까지는 분명 휴대폰이 없었다. 

      그는 운전도 하지 않는다.

      인터넷도 안 해서 내가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알리러 갔을 때, 간호사가 가르쳐줘서야

      겨우 블로그를 방문할 수가 있었다.

 

      사부를 안 지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우린 그동안 단 한번도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신 적이 없다.

      병원 밖에서  마주친 적조차 없다.

      이게 보통사람들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우린 둘 다 특이한 사람들이다.

      이런 담백한 관계가 홍진(紅塵)에서 참스승 한 명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젊지만, 서로 전문분야가 다르지만,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진정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사부(師傅)는 내일, 한 달 예정으로 외국으로 떠난다.

      그는 '연수'라고 말하지만, 난 알고 있다.

      어려운 곳에 의술을 펼치러 봉사활동을 간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봉사'라는 표현을 들으면 아마도 식겁하며 펄쩍 뛸 것이다. 

      평소에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연락조차 안 하는데, 사부가 한달 동안 한국에 없을

      생각을 하니 왠지 서운하다.

      이 험악한 세상에서 그런 인물을 알고 또 사부로 생각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복이며 

      행운이다.

      '김시연 작가'로부터 유일한 스승으로 인정받는 사부 또한 그의 복이며 보람일 것이다.  

      동년배에게 "아직도 참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하고 물어보면 다들 고개를

      젓는다.  

      내 나이쯤 되면 스승이 될 나이이지, 아직도 스승을 기억하고 있을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부님!

      잘 다녀오세요.

      당신의 삶을 통해 늘 많은 것을 배웁니다.

      꼭 필요한 곳에 자비(慈悲)를 많이 베풀고, 건강히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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