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비가 쏟아져 내린다.
장마철이라 날씨가 덥고 습하다.
불쾌지수도 높다.
문득... 작년 크리스마스 때 NASA의 APOD(오늘의 천체사진)에서 발표했던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위의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자리 잡은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의 밤하늘을 찍은 사진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1890년, 미국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곳이다.
1890년이면... 조선은 격동의 시기인 고종 27년 때의 일이다.
1882년 5월 22일에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에 따라 1883년에 제물포항이 개항했다.
그리고 1890년에는 이미 러시아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일본,
청국 등 각국 공사관이 경운궁(慶運宮, 덕수궁) 주위를 감싸듯 정동(貞洞) 등에 포진해
있던 풍전등화의 시기이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집어삼키기 위해 세계 열강이 침을 흘리며 턱 밑에서 지켜보던
격랑의 시대였다.
정동지역에 진입한 최초의 서양인은 초대 미국 공사로 부임한 푸트(L.H.Foote) 일행이다.
1881년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을 따라 일본에 다녀온 뒤, 미국에 건너가 신학문을 배우던
'윤치호'가 이때 '푸트'의 통역관으로 조선에 귀국했다.
요시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원시림에 가까운 침엽수림과 화강암 산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의 절경이다.
암벽 등반가들이 한번 쯤 가보고 싶어하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다시 NASA의 APOD에서 발표한 '오늘의 천체사진'에 집중해보자!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밤하늘의 풍경을 담아낸 위의 사진에는 별들이 가득 들어찬 우리
銀河의 띠가 마치 행성지구,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요세미티 계곡을 올라서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에서 가장 밝은 별은 목성(木星, Jupiter)이다.
목성은 겨울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천상의 표지석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태양의 정 반대편, '황소자리'를 지나가고 있는 목성이 노란 빛 별인
'알데바란 성단(aldebaran clusters)'과 '히아데스 성단(Hyades clusters)'을 만나고 있다.
그 바로 아래 오리온(Orion)은 항상 산맥으로 둘러쳐진 담을 살짝 비껴 떠오른다.
그리고 '쌍동이 자리'의 쌍동이 별이 은하수를 가로질러 반대편에 떠오르고 있다.
평화로운 겨울의 밤하늘이 시작될 때, 쌍동이 별은 사진의 최상단 근처에 자리잡은
'마차부 자리'의 알파별인 카펠라(Capella)를 뒤따라 떠오른다.
겨울철 별자리 중 하나인 '카펠라'는 '마차부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모든 하늘에서 겉보기 등급이 6번 째로 밝은 별이다.
'카펠라'의 어원은 '암컷 새끼소'이다.
밤하늘에 펼쳐진 신비롭고 환상적인 사진 한 장이, 겨울 특유의 차가운 느낌으로
잠시 습한 더위와 짜증을 식혀준다.
사진 속 풍경이 마치 오래전, 은가루를 뿌려 만들었던 크리스마스 카드와 거의 비슷하다.
볼수록 정감이 가는 이 사진은 2012년 12월 25일, NASA의 APOD에서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공개했던 신비하고 환상적인 사진이다.
한데... 난 천문학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도, 연도가 나오면 자동으로 조선시대로
환치(換置) 해 당시의 역사나 시대적 배경을 기억해낸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혼자 웃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