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園吟
(양원에서 읊다)
我浮黃河去京闕 황하에 배를 띄워 장안을 떠나
掛席欲進波連山 돛을 올려 연이은 산과 같은 황하의 파도를 헤쳐나간다
天長水闊厭遠涉 항행(航行)이 길고 넓은 강을 보니 멀리 가기 귀찮아서
訪古始及平臺間 옛 사적을 찾아 평대에 이르렀네.
平臺為客懮思多 평대의 나그네 되니 근심 걱정 많아
對酒遂作梁園歌 술을 들고 양원가를 지어본다
卻憶蓬池阮公詠 문득 완공이 봉지에서 지은 비통한 시가 생각나
因吟淥水揚洪波 '푸른 강물은 큰 파도를 일으키는구나'를 읊는다.
洪波浩蕩迷舊國 황하의 큰 물결이 드높으니 장안을 볼 수 없고
路遠西歸安可得 길이 멀어 서쪽의 장안에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人生達命豈暇愁 인생의 천명을 알게 되면 근심할 겨를이 없으니
且飲美酒登高樓 일단 아름다운 술을 마시며 누대에 오른다
平頭奴子搖大扇 상고머리 어린 종이 큰 부채를 부치니
五月不熱疑清秋 오월인데 덥지도 않아 맑은 가을 같구나
玉盤楊梅爲君設 옥 쟁반 위의 양딸기를 그대 위해 내어놓고
吳鹽如花皎白雪 (옥 쟁반 위에 올려진) 오나라 소금은 백설같이 하얗구나.
持鹽把酒但飲之 소금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실지라도
莫學夷齊事高潔 '백이 숙제'의 고사에 나오는 고결함을 배우지 마라
昔人豪貴信陵君 그 옛날 호걸이며 귀인이었던 신릉군
今人耕種信陵墳 (양원 근처의)신릉군 무덤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구나
荒城虛照碧山月 폐허가 된 양원에는 푸른 산의 달이 공허하게 비추고
古木盡入蒼梧雲 무성한 고목만 창창하고, 흰 구름만 떠 다니네
粱王宮闕今安在 양왕의 궁궐은 지금은 어디 있는가
枚馬先歸不相待 매승과 사마상여는 먼저 죽어 상대를 해주지 않는구나
舞影歌聲散淥池 당시 화려했던 춤과 노래는 못의 푸른 물에 흩어지고
空餘汴水東流海 다만 변수만이 남아서 동쪽 바다로 흘러가는구나
沉吟此事淚滿衣 무상한 일을 생각하며 시를 읊으니 눈물이 솟구치고
黃金買醉未能歸 황금으로 술을 사 들고도 집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구나
連呼五白行六博 '오백'(白行)을 연이어 부르며 '육박'을 벌여간다
分曹賭酒酣馳暉 편을 갈라서 술 내기를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구나
歌且謠 나의 비장함과 심원함을 노래하고 또 노래하니
意方遠 뜻은 멀고도 멀구나
東山高臥時起來 동산에 높이 올라 누워 쉬다가 때 맞춰 일어나도
欲濟蒼生未應晚 천하의 백성을 구하는데 늦지는 않으리라
~* 이백(李白. 701~762) *~
* 중국에서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은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으로, 중국의 시가(詩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국보급 시인이다.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꼽힌다.
위의 詩 '양원음(梁園吟)'은 일명 양원취선가(梁園醉仙歌)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시이다.
이태백의 천재적인 詩感과 해박한 역사 지식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 詩는 '이백'이 천보(天寶) 3년(744년), 대량(大樑)과 송주(宋州)를 유람할 때 지은
시이다.
'이백'은 42세 되던 해인 742년, 현종의 여동생인 '옥진 공주'의 추천을 받아 장안에
입성한다.
조정에 들어온 그는 한림(翰林)에 속해 당현종을 보필하며 문고의 초안을 작성하는 등
잠시 문학시종으로 일한다.
그러나 당현종이 정치에 멀어지면서 궁정시인으로 황제에게 시만 지어 올리는 등,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장안과 조정에서 시명(詩名)은 얻었지만, 정치적인 야망은 실현시키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현종을 보필할 당시, 이백은 황제의 외척이자 직속상관인 한림학사 장단(張坦)과
불화를 겪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李白'의 강직한 성품 또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또 외척들과 환관들의 부정부패로 민초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기 시작하던 때인지라
'이백'의 정치에 대한 환멸도 가속화 됐다.
'이백'이 궁정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자 현종은 '이백'을 궁정에서 떠나보낸다.
'양원음'은 궁정 내에서의 불화와 갈등이 문제가 되어 황제로부터 사금방환(賜金放還)을
받고 조정을 떠난지 약 3년 쯤 지났을 때에 지었던 詩이다.
'사금방환'이란 황금(黃金)을 하사하여 벼슬길에서 떠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백'은 '양원음'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펼치지 못한 채 조정에서 강제로 밀려난
현실에 대한 분노와 함께, 백성들을 걱정하는 절절한 심정을 노래했다.
6월 15일에 소개했던 '이백'의 시 <行路難>처럼 고사(故事)가 많이 나와 중국사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없다면 굉장히 난해한 시이다.
뜻을 새기고, 또 여러번 되뇌어 읽어야 비로소 詩에 내포된 시인의 깊은 감정과 철학,
교훈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위의 詩에서 양원(梁園)이란, 漢나라 양효왕(梁孝王)이 지은 궁궐과 같은 대 저택을
말한다. 중국 하남성 상구에 있다.
당시에는 명소였다.
완공(阮公)은, 삼국시대 위나라 시인으로 죽림칠현(竹林七賢)중 한 명인 완적(阮籍,
210~263)을 뜻한다.
백이 숙제(白夷 叔齊)란, 중국 주(周)나라의 절개로 유명한 전설적인 형제성인(兄弟
聖人)을 말한다.
신릉군(信陵君)은 위(魏)나라 소왕(昭王, 재위 295~277))의 아들로 이름은 무기(無忌)이다.
수천 명의 빈객(賓客)을 거느려 전국사군(戰國四君)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매승(枚乘)은 전한(前漢) 초에 미문가(美文家)로 명성을 떨치던 문인이다.
산문과 운문의 중간 형식인 <칠발(七發)> 등의 작품이 있다.
'매승'의 작품은 훗날 '사마상여' 등이 활약한 사부문학(辭賦文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마상여(司馬相如, BC 179~117) 역시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저명한 문인이다.
부(賦)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초사(楚辭)를 조술(祖述)한 송옥(宋玉), 가의(賈誼), 매승(枚乘) 등에 이어 '이소재변
(離騷再變)의 부(賦)'라고 일컬어진다. 저서에 <자허부> 등이 있다.
동산고와(東山高臥)는 동진(東晉)의 태부(太傅)였던 사안(謝安, 320~385)이 절강성의
'동산'에 은거하며, 조정의 부름을 마다했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오백(五白)과 육박(六博)은 옛날의 윷놀이를 말한다.
'이백'을 왜 천재시인이라고 부를까?...
이 詩를 읽고... 느끼고... 마음에 새기면, 그가 왜 중국문학사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인으로도 손꼽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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