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調歌頭
(수조가두)
明月幾時有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던가
把酒問青天 술잔 잡고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
不知天上宮闕 천상의 궁궐도 알지 못하리
今夕是何年 오늘 밤은 어느 해인가
我欲乘風歸去 나는 바람타고 천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唯恐瓊樓玉宇 경옥 누각 옥집도 두렵기만하고
高處不勝寒 그 높은 곳의 추위도 이기지 못할까
起舞弄清影 일어나 춤추며 내 그림자 희롱하며 노니
何似在人間 인간 세상에 또 이런 곳이 있을까
轉朱閣 달은 붉은 누각 돌아
低綺戶 비단 창문에 머물러
照無眠 밝은 빛 비추니 잠 이루지 못하네
不應有恨 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何事長向別時圓 왜 이별할 때에는 늘 둥근가
人有悲歡離合 사람에게는 헤어짐과 만남이 슬프고 기쁘고
月有陰晴圓缺 달은 둥글고 이지러짐에 따라 밝고 어둡지만
此事古難全 자고로 온전하기 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
但願人長久 단지 바라는 바는 그 사람 오래도록
千里共嬋娟 천리에 떨어져도 이 아름다움 함께하기를...
~* 소식(蘇軾, 소동파) *~
* 수조가두(水調歌頭)란... 송사(宋詞) 사패(詞牌, 곡조) 중의 하나이다.
이 사(詞)를 가만히 읽어보면 '소동파'가 한 여인과 헤어진 뒤 둥근 달이
비단 창호를 붉게 물들인 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처연한 심사로
쓴 듯 보인다.
술잔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는 쓸쓸함... 실연의 독한 아픔이 느껴진다.
한데, 워낙 호인이라 그런지 떠나간 사랑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오히려
가버린 사랑에 대한 진실한 기원이 더 눈물겹다.
단지 바라는 바는, 그 사람 오래도록 천리에 떨어져도
이 아름다움 함께 하기를...
이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이며, 소동파의 인격이고, 진정한
사랑의 자세이다.
헤어짐을 이런 기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는 분명 인격자이다.
그래서 그의 詩는 담백하고 절절하다...
소동파의 예술성은 순수함과 더불어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고 섬세한
은유법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그의 詩는 세련되고 철학적이다.
그가 중국 최고의 문장가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詩는 '소동파'가 추석 때 7년 만에 만난 동생 '소철(蘇轍)'과
밤늦도록 술을 마신 뒤, 詩心이 발동해 옛 일을 추억하며 쓴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소동파는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3소'(三蘇)라고
일컬어지는 송대(宋代)의 최고 명문 예술가 집안 출신이다.
중국 문학사를 통해 끊임없이 칭송된 '소동파'의 이 사(詞)는 강택민(江澤民)前 중국 국가 주석이 UN 총회에서 인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또 모택동(毛澤東) 前 주석도 친필로 이 사(詞)를 썼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명작이다.
그동안 블로그에서 여러번 언급했었지만, 사(詞)는 당대(唐代)에 흥성했던
일종의 새로운 문학양식이다.
보는 詩, 읽는 詩에 치중된 것에 반발해서 노래부를 수 있는 가사인 사(詞)가
탄생했다.
송대(宋代)에 이르러 급진적인 발전을 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중국 최고의 여류 문학가로 손꼽히는 수옥 이청조(李淸照)가 바로 송대의
대표적 여류 사인(詞人)이다.
사(詞)는 가사에 곡을 붙인 악부와 달리, 악보에 가사를 메운 노랫말이다.
음악적 생명을 중시하기 때문에, 구절의 장단이나 운(韻)의 평측이 자연스럽고
매우 유려(流麗)하다.
때문에 사(詞)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잘 번역해야만 한다.
한문학자나 한시 번역가들이 사(詞)를 우리말로 번역해놓은 것을 보면 정말
기함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장단과 평측, 음율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내키는대로 의역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학성과 예술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시나 사(詞)를 제대로 아름답게, 무엇보다 정확하게 번역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강호(江湖)에 숨은 고수들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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