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날리는 길을 걸으며...
가슴 몹시 시린 날에는
꽃잎 날리는 길을 걷는다.
미처 세상 밖으로 떠나보내지 못한
숱한 얘기들이 내 안에 갇혀
별로 뜨는 날이면
가슴 창에도 살이 박혀
웃음조차 까맣게 태워낸다는 사실을
꽃잎 날리는 길을 걸으며 문득 깨닫는다
피어야 할 때를 알고 피는 꽃은
춘설 속에서도 꽃눈을 틔우고
보내야 할 때를 알고 있는 나무는
욕심내어 꽃송이를 잡지 않는다
지천에 흩어져 날려도
행길에 떨어져 밟혀서도 울지 않는
꽃잎의 이야기가 도란도란 별이 되는
그 길을 오래 걷다보면
발아래 스며든 꽃잎, 말간 미소가 곱디도 고와
어느덧 나도 따라 웃음 웃는다
아픔조차 향기로 피워내는
꽃잎 날리는 길을 걸으며...
~* 권혜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