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블로그에 올린 소동파 詩 1 '적벽부(赤壁賦)'에는 요조지장(窈窕之章)이 나온다.
나는 해설에서 '요조지장'은 詩經의 국풍 편 관저(關雎, 물수리)라는 시에서 나오는
'요조숙녀'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적벽부'를 읽은 독자들은 이 해설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요조숙녀(窈窕淑女)라는
단어가 수천 년 전에 쓰여진 시에 나오는 말로, 시경(詩經)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게 됐다.
요조숙녀란 보통 '얌전하고 착한 여자'란 뜻이다.
그러나 시경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이 단어엔 의외의 깊은 의미들이 담겨져
있다.
'요조숙녀'란 고사성어는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편 '관저'라는 詩에 나온다.
'관저'는 국풍의 맨 첫 번째로 편집돼 나오는 유명한 시이다.
관저(關雎)는 '물수리'를 말한다.
물에 사는 수리로, 일명 왕저(王雎)라고 하는 물새의 한 종류이다.
국풍(國風)에서의 國은 주나라가 제후로 봉한 나라를 말하고, 풍(風)은 각 나라의
민요를 뜻한다.
때문에 국풍(國風)에는 주남(周南, 주공이 남족에서 모은 노래)에서부터 빈풍(豳風,
빈나라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15나라의 노래들이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요조숙녀'란 단어가 나오는 시경의 관저(關雎, 물수리)란 詩를 한 번
감상해 보자.
관저(關雎, 물수리)
關關雎鳩 在河之洲 (꾸륵꾸륵 물수리는 황하의 모래톱에 짝을 찾고)
窈窕淑女 君子好逑 (얌전하고 아리따운 아가씨는 그대의 좋은 짝이네.)
參差荇菜 左右流之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찾고)
窈窕淑女 寤寐求之 (얌전한 아가씨들 자나깨나 구한다네.)
求之不得 寤寐思服 (구하여도 얻지 못해 자나깨나 생각하니)
悠哉悠哉 輾轉反側 (그리워라 그리워라 잠 못들어 뒤척이네.)
參差荇菜 左右采之 (올망졸망 마름풀을 여기저기서 캐고)
窈窕淑女 琴瑟友之 (얌전한 아가씨들 비파 타며 사귄다네.)
參差荇菜 左右芼之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골라내고)
窈窕淑女 鍾鼓樂之 (얌전한 아가씨들 북을 치며 좋아하네.)
위의 詩에서 '窈窕淑女 君子之逑'란 "군자의 짝이야말로 요조숙녀이다."라는 뜻이다.
즉 아름답고 그윽한 심성을 가지고 전쟁과 정사에 지친 남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여자를 의미한다.
또 '窈窕淑女 琴瑟友之'란 "요조숙녀는 금슬로써 벗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의 의미는 '요조숙녀란 거문고와 비파를 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훗날 혼인을 하면 지아비와 거문고, 비파를 함께 뜯으면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악기를 연주하는 같은 취미를 가져 부부사이가 더 돈독해지게 하기
위함이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금슬(琴瑟)이란 단어가 유래됐다.
금슬이란 거문고와 비파를 뜻한다.
두 악기가 서로 잘 어울리고 화음을 내는 것처럼,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과
사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詩는 그냥 단순히 읽고마는 詩가 아니다.
詩 속에 다양한 역사와 풍속, 철학, 교훈, 그리고 고대의 생활사가 담겨 있다.
이를 제대로 알아내고 해석하려면 고전에 대한 심도 깊은 공부가 필수적이다.
이런 공부가 없이 그냥 詩로 잠깐 읽고나면 남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아무것도 없다.
여운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러나 이 블로그에서처럼 詩를 제대로 해석하면 엄청난 감동과, 역사적 사실,
감동과 함께 삶의 아름다운 지혜를 습득할 수가 있다.
詩를 읽고 단순한 힐링이나 기분전환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정보와 교훈,
철학을 통해 인생을 긍정적이고 옳은 방향으로 전환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시는 名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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