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0일, 블로그에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詩를 올렸다.
한데, 어떤 분이 이 시를 한시(漢詩)로 옮겼다.
강호(江湖)에는 학자나 전문번역인보다도 훨씬 더 한학에 정통하고 아울러
예술성까지 갖춘 분들이 간혹 있다.
오랫동안 한학을 공부한데다가 한시를 많이 접해 그 음율과 곡조에 통달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걸출한 한시가 번역된 것들을 읽을 때마다, 그 자의적이고 어색한
번역이 늘 불만스러웠다.
이렇게 번역을 이상하게 하면 운율과 리듬이 맞지 않고 작품성이 훼손되는 데
문제점이 있다.
한데, 세상엔 학자가 아님에도 그 이상으로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名利를 다투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실력자,
고수들이다.
한시를 번역하는 것은 한문을 잘알면 그나마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시를 한시로
바꾸는 것은 보통 실력이 아니고서는 힘들다.
아름다운 詩 '수선화에게'를 漢詩로 바꾼 것을 한번 감상해보기 바란다.
奇水仙花
(수선화에게 )
勿涕 울지마라
孤卽人也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人生是堪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不對公電話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雪時踏雪路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雨時行雨中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蘆中黑鷸注視汝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时而天主泣因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鳥在樹枝由于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汝座川邊由于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山影因孤每下里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鐘聲因孤響散流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鄭浩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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