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家傲
(어가오)
接雲濤連曉霧 구름과 파도가 맞닿아 새벽안개 이어지고
星河欲轉千帆舞 은하수가 선회하려 하니 천 돛이 춤을 춘다
彷彿夢魂歸帝所 꿈속의 넋이 하늘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聞天語 하늘의 말이 들리는데
殷勤問我歸何處 은근히 나에게 어느 곳으로 돌아갈 지를 묻는 듯
我報路長嗟日暮 길은 먼데 날이 저물어 한탄하고 있다고 나는 답했네
學詩謾有驚人句 시를 배워 헛되이 사람 감탄하게 할 구절만 가지고 있을 뿐
九萬里風鵬正舉 구만리 바람 불면 붕새가 바로 거둥하니
風休住 바람아 멈추지 말아라
蓬舟吹取三山去 조각배 바람 받아 삼신산으로 가자
~* 이청조(李淸照) *~
*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을 때 쓴 것 같은데,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詩이다.
수옥 이청조를 왜 중국이 '최고의 여류문학가'라고 자랑하고 사랑하는지
수긍이 가는 작품이다.
어가오(魚家傲)는 송사(宋詞)의 사패(詞牌, 곡조) 중 하나이다.
詩에 나오는 봉주(逢舟)는 '조악한 배'를 뜻한다.
삼산(三山)은 봉래(逢來), 방장(方丈), 영주(瀛州) 등 세 신선이 사는
산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붕(鵬, 붕새)'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상한 일들을 적어놓은 옛 책 <제해(齊諧)>를 보면 '붕(鵬)'에 대해
이런 설명이 돼 있다.
곤(鯤)의 크기는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면,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붕은 태풍이 바다 위에 불어야지만 남쪽 바다로 옮겨갈 수 있다.
남쪽 바다란, 천지(天池, 하늘못)이다.
붕이 남녘 바다로 날아갈 때에는 물을 쳐서 삼천 리나 튀게 하고,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나 올라가며, 여섯 달 바람을
타고 날아간 후에야 비로소 쉰다.
그렇다면 이 이 설명의 원전(原典)은 어디일까?
'붕새'는 장자(莊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전설상의 큰 새이다.
'소요유편'에는 일체의 세속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존재처럼 마음대로 노니는 지인(至人)의 경지가 서술되어 있다.
'지인'은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며, 명리에 대한 욕심이 없어 자유롭게
살 수가 있다.
장자에 나오는 큰새인 '붕새'는 인간의 참마음을 구현한 '지인'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詩를 보면 이청조가 '장자'를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만리 바람 불면 붕새가 바로 거동하니...
바로 이 구절이다.
장자를 읽지 않았다면 '붕새'가 무엇인지 모르고, 또한 이 詩에 이런 표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또한 사서오경과 장자 등 오랫동안 고전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런 의미를
찾아내거나 김시연 작가만의 독창적인 분석해낼 수 없을 것이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이청조가 활동했던 송대(宋代)는 여성을 남자의 부속물로
여기던 시대이다.
중국에서 가장 잔인한 성차별의 역사로 거론되는 전족(纏足)을 여성에게
강요하던 시기였다.
전족은 소각(小脚), 전각(纏脚)이라고도 하는 중국식 키높이 신발이다.
여성성을 억압한 지구상의 가장 야만적이고 엽기적인 문화로 불린다.
이청조가 재혼했던 남편을 관아에 고발했다고 해서, 한동안 감옥에 갇혔을
정도로 중죄로 여기던 시대이다.
그런 시대엔 남편을 고발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런 시대에 한 여자 사인(詞人)이 장자, 또는 그 이상까지 공부했다는 것은
거의 충격에 가까운 놀라운 사실이다.
수옥의 학문이 얼마나 깊고 넓었는지 증명이 되는 부분이다.
이청조의 詩가 중국 기녀 출신의 다른 뛰어난 여류시인들의 시와 차별화 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깊은 학식 때문에 감상적인 언어의 유희나 기교, 또는 통속에 빠지지 않고,
작품 속에 철학과 통달의 깊이가 영롱하게 담겨져 있다.
이청조의 학문이 깊었던 것은 금석학자인 남편 '조명성'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을 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잘못된 재혼을 했다가 실패해, 여생을 사람들을 피해 정처없이 유랑생활을
했던 이청조...
인생의 쓰라린 시련을 통해 혹독한 인생공부를 한 것과, 남편과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연구하고 공부를 했던 것이 걸출한 문학작품의 큰 자양분이
되었을 터이다.
한데도 위의 詩를 보면,
시를 배워 헛되이 사람 감탄하게 할 구절만 가지고 있을 뿐...
이라고 자신에 대한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겸손과 자기점검이 있다면 거의 도사(道士)의 경지이다.
그녀가 장자에 나오는 구절을 언급한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도교의 색채가
보이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장자(莊子)라는 책이 도가(道家) 계열의 책으로 여러 사람의 글들을 편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자의 철학은 중국 불교, 특히 선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청조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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