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이 격해져 편지를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외국 독자들에게 편지글을 남기는 마음이 못내 짠하다.
그동안의 정리(情理)가 이토록 강한 것인가.
'젊은 독자들에게' 남기는 편지를 쓸 때 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감정이 여러번 격해져, 편지를 쉽게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동안 어느새 이렇게 정이 많이 든 것일까?...
이미 젊은 독자들에게 남긴 편지를 읽어서 상황은 대충 짐작할 것이다.
파렴치범들이 벌인 엄청난 사건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나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고,
포털사이트에서 음란한 게시물들을 삭제하면 끝날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삭제한지 하루만에 현재 Naver 웹문서에는 소액결제 사기 사이트 <고전리뷰>와
<강화도령 다운>, 그리고 온갖 음란한 사진의 고객 미끼용으로 사용했던 것을
도로 다 올려놓았다.
삭제하기 전까지는 불과 열 몇 개 였지만, 하루만에 71개로 늘려서 올려놓았다.
이는 경찰과 나를 조롱하기 위함이다.
또 마치 자랑하기라도 하듯 스크랩 금지된 블로그 글들도 올려놓았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자세한 내용은 '젊은 독자들에게'에 쓴 내용들을 확인하기 바란다.
막상 블로그를 당분간 중단하려 하니, 특히 외국 독자들 생각 때문에 마음이 아리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고 충성스런 독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외국에 있는 독자"
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작가가 된 이후, 그런 사랑과 격려, 성원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멀리 있어도 늘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매일 만나는 것처럼 반갑고 정이 들었었는데,
뜻하지 않은 일로 말미암아 한동안 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편지를 쓰는 마음이 내내 애련하다.
특히 새벽 3시와 4시, 5시에 시차별로 시간맞춰 블로그를 방문하는 독자들이 많이
상심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때로는 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는 것을 인생의 낙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퍽 부담스러웠다.
내가 그 바쁜 와중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린 이유는 외국 독자들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힘든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포스팅 때문에 늘 강박관념에 시달렸지만, 워낙 작가에 대한 사랑과 성원이 극진하여
힘들고 고생스러움을 다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매일, 때로는 하루에도 몇 개씩 포스팅을 할 수 있었겠는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과 영혼으로 같은 시간에 함께 했었음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순간을 공유하고, 서로의 마음을 영혼으로 읽을 수 있었다...
블로그를 당분간 중단하는 것은, 사건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이 사건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동안 파렴치범들이 내 블로그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고 해킹한 것까지 알게 됐다.
그리고 경찰이 수사 중임에도 경찰을 조롱하며 네이버 웹문서에 전보다 훨씬 많은
사이트를 올려놓았다.
이것은 어차피 끝을 봐야 할 사건이다.
그래서 이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포스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해하기 바란다.
지금 당장 블로그를 비공개로 하고 싶지만, 충격을 받을 것 같아 차마 지금 하지 못하고
곧 비공개로 전환할 예정이다.
시간나는 대로 자주 방문해 관심있는 블로그 글들은 다시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세상은 인연법대로 움직인다.
원하지 않았지만 생긴 일이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꼬리가 길면 잡히지 않겠는가.
그때까지 그동안 맺은 情理와 따뜻한 마음 접지 말고, 늘 한결같이 성원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당신의 기도가 필요하다.
김시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