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20대 독자들에게...
내게 10대 독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기뻐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각난다.
내 블로그 방문자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20대, 30대, 40대, 50대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중에 단골 방문자인 10대도 끼어있다.
그리고 10대와 20대들이 내 블로그에서 역사와 고전, 문학을 공부한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게 힘들었지만, 그동안 안간힘쓰고 잘 꾸려왔던 것도 사실
매일 방문하는 젊은 독자들 때문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역사를 제대로 알게 하고, 고전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싶었다.
훗날 글을 쓰는 것을 소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글은 감성이나 기교로만 쓰는 게 아니라
치열한 공부와 사명감, 내공으로 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게 블로그를 끌고 오면서도 나름 사명감과 보람을 많이 느꼈다.
그 보람이 없었다면 매일 포스팅 하는 일을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블로그를 한동안 접어야 할 때가 왔다.
'이몽 김시연 작가'를 소액결제 사기와 음란한 사진의 고객 미끼용으로 사용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평소 검색을 잘 하지 않아 일요일에야 겨우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월요일엔 경찰 사이버
팀에다가 정식으로 수사 의뢰를 했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포털사이트 Daum과 Naver에서 이 불법사이트들을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하루만에 Naver에 소액결제 사기 사이트들과 음란물 사진 사이트가 모두 다시 올라갔다.
열 몇 개 있던 사이트가 현재 네이버 웹문서에만 무려 71개나 올라가 있다.
이는 경찰과 나를 조롱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은 이들이 평소 내 블로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면에서는 거의 팬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다만, 정상적인 인간이었다면 여러분처럼 내 블로그에서 좋은 글을 읽고 학식을 배우며,
인격을 도야하고, 힐링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돈벌이를 위해 사기를 치는데 악용했다.
뿐만 아니라, 해킹을 한다는 사실도 자랑했다.
일요일 새벽에 올렸던 '이몽 김시연 작가의 이상한 인기'를 이미 월요일에 음란사이트에
고객 미끼용으로 올렸다.
그리고 그 옆에 경찰과 나를 조롱하기 위해 '0~^^ ㅎㅎ...' 이런 표시도 해놓았다.
또 작년 12월 31일에 올렸던 '임진년을 보내며'도 다른 사이트에 올렸다.
이는 스크랩 금지로 돼 있는 것을 올렸다고 자랑한 것이다.
이들이 사용한 단어들을 보면 20대~30대 초반으로 보인다.
여러분과 비슷한 또래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나 부호들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파렴치범들이 내 블로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했었다는 사실은 소름 돋는 일이다.
다만 이들이 실수를 한 것은, 작가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사진만 보고 엉뚱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가지 큰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훗날 좋은 직업을 갖고 존경받으며 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젊어서부터 사생활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번처럼 뜬금없이 작가에게 음란 동영상물이 있는 것처럼 조작해 소액결제 사기에
미끼용으로 썼을 경우, 만약 작가가 평소에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했다면 대처하기가
매우 난감했을 것이다.
또 평소에 모텔을 자주 드나들었다면, 혹시 어디선가 동영상이 찍혔을지도 몰라서
당황해 속앓이를 했을 수도 있다.
나처럼 "아니, 이 쓰레기는 뭐야?" 하고 강하게 나가지를 못한다.
내 경우에는, 협회 같은 단체에서 함께 움직인 몇 번을 제외하고는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모텔이나 호텔을 드나든 적이 없다.
그래서 강하게 대처할 수가 있었다.
이는 내가 도덕적이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 별에서의 내 숙제가 인생을 즐기러
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말세이자 오탁악세로 매우 혼란스런 시기이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면 초조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양서를 많이 보고, 감성의 기교에 치우치지 말며, 내공을 많이 쌓도록 늘 마음을
가다듬고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잘 관찰해야만 한다.
내가 당분간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 것은, 이번 사건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이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포스팅 하는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여러 군데에 동시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한동안 읽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 파렴치범들을 원망하기 바란다.
당장 블로그를 비공개로 하고 싶지만, 파장이 클 것 같아 당분간은 그냥 놔둔다.
그러나 곧 비공개로 전환할 예정이니, 시간나는 대로 관심 있는 블로그 글들은
다시 한 번 읽어보며 공부하기 바란다.
훗날 좋은 기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당신의 기도를 부탁드린다.
김시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