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앵두꽃이 피었다 일러라 살구꽃이 피었다 일러라
또 복사꽃이 피었다 일러라
할머니 마루 끝에 나앉아 무연히 앞산을 보신다
등이 간지러운지 자꾸만 등을 긁으신다
올해는 철이 일들었나 보다라고 말하는 사이
그 앞산에도 진달래꽃 분홍 불이 붙었다.
앞대 개포가에선 또 나죽한 뱃고동이 운다
집집마다 부뚜막에선 왱병이 울고
야야, 쭈꾸미 배가 들었구나
할머니 쩝쩝 입맛을 다신다
빙초산 맛이 입에 들척지근하고 새콤한 것이
달기가 햇뻐꾸기 소리 같다
아버지 주꾸미 한 뭇을 사오셨다
어머니 고추장 된장을 버물,
또 부뚜막의 왱병을 기울이신다
주꾸미 대가리를 씹을 때마다 톡톡 알이 터지면서
아삭아삭 씹히는 맛, 아버지 하신 말씀
'니 할매는 이 맛을 두고 어찌 갔을거나.'
환장한 환장한 봄날이었다
집집마다 부뚜막에선 왱병이 오도방정을 떨고
앞대 개포가에선
또 나즉한 뱃고동이 울었다.
~* 송수권(宋秀權) *~
* 왱병 : 식초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