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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씨 질문에 대한 답변

아라홍련 2013. 4. 30. 06:51

 

 

From. 블로그씨

스스로 내가 바보같다고, 혹은 천재같다고 느낄 때와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소개해주세요.

 

 

 

 

내가 이 시간에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을 하곤 한다. 

세상만사 인연법 대로 움직이므로, 사태를 아무리 겸허히 생각하려 해도 

여간 고민이 아니다.

매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내 블로그에는 외국에 사는 교민들이 수십 명씩

출근도장을 찍는다.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Daum 블로그의 경우, 방문자의 3분의 1이 새벽 3시부터 들어오는 외국에 사는

교민들이다.

내 블로그는 역사와 고전으로 거의 특성화된 블로그이다.  

때문에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고는 결코 쓸 수 없는 글들이다.  

한데 외국에 살면 더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왜 그렇게 역사와 고전에 관심들이

많은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것도 시간 맞춰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블로그를 찾는

이들 때문에, 블로그를 접는 타이밍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게 후회스럽다.

 

특히 궁금한 게 있다.

어떻게 매일 시간 맞춰 들어오는지, 정말 개근상이라도 줘야 할 상황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고, 너무 많다...

이들은 항상 변함이 없다. 정확하다.

내 블로그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이렇게 시간 맞춰 들어오는 건 중독이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건, 이건 중독이 맞다.

당신은 작가를 사랑하거나, 성원하거나, 격려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가끔 당신의 진심이 의심되곤 한다.

시간 맞춰 블로그에 들어오는 건 작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게 아닌가... 이런 

엉뚱한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내가 지수에게 괴로움을 토로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렇게 매일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떤 때는 마치 애들이

사탕을 달라고 조르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재촉 당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진작 블로그를 접었었야 하는데... 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후회를 한다.

외국 독자들의 지나친 사랑이 나는 진정 괴롭다.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

세상에 어느 작가의 블로그에 매일 새벽마다 외국에 사는 독자들이 수십 명씩 

출석도장을 찍는단 말인가?

아마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사랑을 감당하기가 힘드니,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아직 포스팅을 하지 않았는데, 새벽 3시부터 미리 외국에 사는 독자들이 블로그에

들어와 대기 중이면, 나는 마치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불안하다.

심리적인 압박이 상당하다.

이들이 시간 맞춰 매일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용기를 내어 포스팅

그만 두었을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여러 번 기회를 노렸다.

한데 이들은 정확하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새벽 3시에 들어오는 독자들은 너무 정확하다.

이 중에 한 명은 수개월 동안 결석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뿐더러, 정확히

3시에 블로그를 방문한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늦게 들어올 때도 있지만, 이 독자만큼은 한결같다. 

1,2분 일찍 들어올 때는 어쩌다 있어도, 결코 늦게 들어오는 법이 없다.

한마디로 시계이다.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새벽마다 

시간을 내야 하는데, 나는 이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

한데, 갑자기 글을 안 올리면 요즘 애들 말대로 외국 독자들이 멘붕이 올까봐

그것 또한 걱정이다.

한동안 금단현상도 있을텐데... 하는 괜한 걱정마저 든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독자들에게 끌려오게 되었다.

 

난 작가이다.

역사나 고전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한데, 이들은 날 거의 학자처럼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혹

들 때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교에 출석하듯, 어떻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 맞춰

블로그를 방문한단 말인가?

이들은 어떻게 된 게 주말도 없다.

학교도 주말에는 쉬거늘, 나도 주말에는 쉬어야 하지를 않겠는가.

허나, 주말에는 방문자가 더 많다.

이제는 이들의 사랑을 서서히 끊어야 할지... 단번에 끊어야 할지... 아니면 

작업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스트레스 덜 받게 서서히 적응을 해나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서게다.

한데, 적응을 해나가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데에 바로 문제점이 있다.   

용기 내서 단번에 포스팅을 끊지 못하고, 새벽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때론 바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 지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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