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江(곡강) 2
朝回日日典春衣 조정에서 나오면 봄옷을 잡혀 놓고
每日江頭盡醉歸 매일 곡강에서 만취하여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 가는 곳마다 외상 술값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 인생 삶 칠십년은 예부터 드문 일.
穿花蛺蝶深深見 꽃사이 호랑나비 깊숙히 꿀을 빨고
點水蜻蜓款款飛 강물 위에 점을 찍듯 잠자리 날아가네.
傳語風光共流轉 풍광도 나와 함께 흘러흘러가는데
暫時相賞莫相違 잠시나마 서로 위로하고 즐거움을 나누세.
~* 두보(杜甫) *~
* 두보(杜甫)는 주광(酒狂)이었다.
좋게 말하면 애주가이다.
이백(李白)을 비롯해 중국의 유명한 시인들은 대부분 다 애주가였다.
고대 중국의 민요를 모은 시경(詩經)에 실린 시 305편 가운데, 술과 관련된
詩는 50수이다. 여섯 수(首) 중 한 수 꼴이다.
당(唐)대의 한시 5만여 편 가운데, 술을 소재로 한 주시(酒詩)의 비율은
10%이다.
주당으로 유명한 이백(李白)의 詩 1,500여 수 가운데 술과 관련된 시는
170수로 11,3%이다.
그렇다면 주당 중 주당인 '두보'는 어떨까?
그의 시 1,400수 가운데 술과 관련된 酒詩의 비율은 300수로 21.4%이다.
민중시인으로 불리던 '두보'는 얼마나 술을 좋아했던지 위의 詩처럼 조정에서
퇴궐하면 관복을 저당 잡힌 후, 매일 강가에서 만취해 돌아갔다.
또 외상 술값도 도처에 널려 있었다.
과연, 주광(酒狂)으로 꼽힐 만한 행동이었다.
특히 위의 시에서 두보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생 70을 고희(古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로부터 유래됐다.
당시에는 70까지 사는 걸 요원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90 가까이 사는 시대가 돌아온 걸 보면, 세상은 과학과 문명 발달로
계속 진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데, 중국의 여자 시인 중에서도 술을 남자보다 더 좋아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송(宋)나라의 미녀 시인 이청조(李淸照)이다.
그녀의 대표작 여몽령(如夢令)은 酒詩의 백미이다.
如夢令
昨夜雨疏風驟 어젯밤 성긴 비에 세찬 바람
濃睡不消殘酒 깊은 잠도 남은 술기운 깨우지 못해
問捲簾人 발을 걷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道海棠依舊 도리어 해당화는 전과 같다고 말하네.
知否知否 그럴 리가, 그럴 리가
應是綠肥紅瘦 푸른 잎 새는 짙어지고 붉은 꽃잎은 말랐을 텐데.
그야말로 중국의 여자 시인 중에 최고의 주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흘러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심경을 담은 녹비홍수(綠肥紅瘦)라는
표현이 압권이다.
위의 詩는 율시(律詩)가 아닌, 자유로운 사설시조의 일종이다.
이청조는 숱한 걸작 시편들을 남겼는데, 그중에 여몽령(如夢令)이란 이름의
연작시를 무려 33수나 남겼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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