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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운우(巫山雲雨)의 유래

아라홍련 2013. 4. 5. 01:02

 

 

 

 

                                                 觀元丹丘坐巫山屏風

                                     (원단구가 무산을 그린 병풍 옆에 앉은 것을 보다)

 

 

            昔游三峽見巫山        옛날 삼현을 노닐다가 무산을 보았네
            見畫巫山宛相似     그림을 보니 무산과 아주 비슷하도다

            疑是天邊十二峰     하늘 가에 솟은 열 두 봉우리
            飛入君家彩屏裡      그대 집 병풍에 날아든 듯 하구나
            寒松蕭瑟如有聲      차가운 소나무엔 소슬한 바람소리 
            陽臺微茫如有情      양대는 어렴풋하여 정이 있는 듯하구나
            錦衾瑤席何寂寂       비단 이불 구슬 자리 어찌 이다지도 적적한지
            楚王神女徒盈盈       초나라 왕과 신녀는 헛되이 좋기만 하였구나
            高唐咫尺如千里         높은 봉우리의 한 자 길이는 천리와 같아
            翠屏丹崖燦如綺       붉은 언덕 푸른 병풍은 비단처럼 아름답구나
            蒼蒼遠樹圍荊門      검푸른 먼 숲은 형문을 둘러싸고
            歷歷行舟泛巴水         가는 배는 또렷이 파수에 떠 있구나
            水石潺湲萬壑分         물은 바위 사이로 좔좔 흘러 온 골짜기에 갈라지고
            煙光草色俱氛氳      안개 속 풀빛이 어울려 자욱하다
            溪花笑日何年發        해를 향해 웃는 계곡의 꽃은 어느 해에 피고
            江客聽猿幾歲聞      강가의 나그네 듣는 원숭이 소리 몇 년을 들어야 하는가
            使人對此心緬邈      이 그림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아득해져
            疑入嵩丘夢彩雲       숭산에 들어가 오색구름 꿈꾸는 듯 하게 하는구나

 

                                                                                    ~* 이백(李白) *~

 

 

     *  이 詩를 보면 무산(巫山)이나 양대(陽臺)라는 단어가 나온다.

         어디서 들어본 단어 아닌가?

         이몽(異夢)에도 나온다.

         무산운우(巫山雲雨)... 무산양대(巫山陽臺)... 무산지몽(巫山之夢)...

         얼마 전 블로그에 올린<발칙한 그림 감상하기>에도 나온다.

         무산지운(巫山之雲)...

         한시나 고아한 글에서는 섹스한다, 성교한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무산운우나 무산지운, 무산 양대, 무산지몽이라는 은유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

         훨씬 시적이고 은밀한 표현법이며, 의미 또한 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산(巫山)이란 대체 무슨 뜻이기에 정교(情交)의 비밀스런 의미로

         사용하게 됐을까?

         무산은 중국 사천성 무산현에 있는 명산이다.

         어부사(漁父辭)를 지은 '굴원'의 제자이자 초나라 대부 '송옥'이 쓴 <고당부(高唐賦)>

         서문(序文)을 읽어보면 무산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전국시대 때, 초나라 양왕(襄王)이 '송옥'을 데리고 운몽의 누각에서 노닌 일이 있었다.

         문득 고당관을 바라보니 그 위에 구름이 걸려 있는데, 구름이 하늘로 솟아 오르는가

         하면 곧 다시 형태를 바꾸어 마치 요술을 부리듯 변화무쌍하게 여러 모양으로 변했다.

         신기하게 바라보던 양왕이 '송옥'에게 "저것은 무슨 구름인가?" 하고 묻자, '송옥'이

         답했다.

                "저것은 조운(朝雲)이라고 하옵니다." 

         양왕이 다시 "조운은 무엇인가?" 하고 묻자 '송옥'이 아뢰었다.

                "남녀의 정교(情交)를 뜻하옵니다."

         양왕이 그 뜻을 궁금해 하자 '송옥'이 선왕(先王) 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어느 날 (懷王)이 고당관에 놀러갔다가 피곤하여 낮잠을 잤다.

         한데, 꿈속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무산의 女神입니다. 전하께서 고당에 납시셨다는 소식을 듣고,

                 침석(枕席, 잠자리)을 받들고자 왔습니다."
         회왕은 기꺼이 승낙하고, 여인과 운우지정을 나누었다.

         여인은 이별을 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소첩은 앞으로도 무산 남쪽의 한 봉우리에 살며,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양대(陽臺) 아래 머물며 당신을 그리워 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회왕이 무산을 바라보니 정말 여인의 말대로 높은 봉우리에는 아침 햇살에

         빛나는 아름다운 구름이 걸려 있었다.

         회왕은 女神을 그리워하며 그곳에 사당을 세우고 조운묘(朝雲廟)라고 이름지었다.

         때문에 '송옥'이 구름의 이름을 '조운'이라고 하면서 '남녀의 정교'를 뜻한다고 양왕에게

         아뢴 것이다.

         위의 글에서 양대(陽臺)란, 무산 남쪽에 있으므로 '해가 잘 비치는 곳'이라는 뜻도 되지만,

         동시에 정교(情交)의 뜻도 함축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남녀가 몰래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을 '양대'라고도 한다.

 

         작가는 단어 하나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바로 그 작가의 내공이다.

         한데... 의미를 알고 쓰는 단어와, 그냥 흉내 내서 사용하는 단어의 느낌 차이를 금방

         읽을 줄 아는 독자들이 있다.  

         그래서 작가란 평생 공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고된 직업이다.

 

 

            *  이 글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