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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道伴)

아라홍련 2013. 3. 20. 03:30

 

 

 

때로 먼 옛날... 아주 아득한 먼 옛날... 어느 한 전생에서 함께 공부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내겐 있다.

무슨 일로,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함께 머리를

싸맨 채 공부하고, 평생 글과 학문을 연구하는 동료로 지낸 세월이 있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이 세상에 같은 시대를 살며, 공통점이라고는 책과 공부, 그리고 글 뿐.....

그 외에 우리에게 비슷한 점이나 닮은 꼴은 없다.

그러나 공부와 글에 관한 한 지향점이 갖고, 사용하는 단어들이 비슷하며, 무엇보다 감정이

움직이는 부분이 아주 비슷하다.

평생 책을 읽고, 평생 공부하고, 평생 글만 써 온 나이다.   

웬만한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생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그런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한데, 깊은 밤... 내 마음을 고요함 위에 얹어놓고 가만히 바라보면, 가슴 속에서 의식의

흐름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린 책과 글에 관한 한, 아주 특이한 사람에 속한다.

날카롭고, 철저하며, 까다로운 편이다.

절대로 만만하지가 않다.

책과 글에 관한 한, 자부심이 있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

그냥 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한데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목소리조차 들은 적 없는 사람들과 때로 감정의 흐름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파동으로 느껴진다. 

그들도 때로 그런 의식의 흐름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분명 나와 영혼의 친숙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나를 공부시키며, 내가 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영적으로 성원하며, 

때로 내가 더 좋은 소설들을 더 많이 더 열심히 쓰고싶은 의욕이 마구 샘솟도록

만들곤 한다.

어쩌면 이들은 작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얼굴도 본 적 없고, 목소리도 들은 적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아득한 먼 전생 어디쯤인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연구했던 生이 분명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이 내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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