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도련님
제발 둘째 도련님, 우리 마을을 넘어오지 마세요.
내가 심은 버드나무 꺾지 마세요.
어찌 버드나무 아껴서리오.
우리집 부모님 두렵사와요.
둘째 도련님 그립지마는, 부모님 말씀도 두렵답니다.
제발 둘째 도련님, 우리집 담장을 넘어오지 마세요.
내가 심은 뽕나무 꺾지 마세요.
어찌 뽕나무 아꺼서리오.
우리집 여러 오빠 두렵사와요.
둘째 도련님 그립지마는 여러 오빠 말씀도 두렵답니다.
제발 둘째 도련님, 우리집 마당을 넘어오지 마세요.
내가 심은 박달나무 꺾지 마세요.
어찌 박달나무를 아껴서리오.
다른 사람 말들이 두렵사와요.
둘째 도련님 그립지마는 다른 사람 말들도 두렵답니다.
~* 시경(詩經)의 '국풍' 중, 鄭風 편에서 *~
* 현대시나 유행가 가사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3,000년 전의 노래
모음집 시경(詩經)에 나오는 노래이다.
언뜻 봐서는 남자의 구애를 정중히 거절하는 듯 보이지만, 내용을 잘 들여다
보면 속뜻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도련님 그립지마는...'이란 구절이 거듭 반복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도련님을 만나고는 싶지만 부모님도 무섭고, 오빠도 무섭고,
소문이 나 동네사람들이 떠드는 것도 두렵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니 찾아오더라도 제발 몰래 찾아오라는 귀엽고 사랑스런 노래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설레임은 똑같고, 춘정(春情) 또한 같다.
영원불변하는 것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감정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