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문월(把酒問月)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靑天有月來幾時 푸른 하늘에 달이 있어 얼마나 되었는가.
我今停杯一問之 나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물어 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사람이 밝은 달을 기어오를 수는 없으니月行却與人相隨 달이 도리어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
皎如飛鏡臨丹闕 날아다니는 거울처럼 흰 달빛 붉은 문에 비치고,
綠煙滅盡淸輝發 푸른 안개 다 사라지니 맑은 빛을 내는구나.
但見宵從海上來 다만, 밤이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을 볼 뿐이니
寧知曉向雲間沒 어찌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알리요.
白兎搗藥秋復春 흰 토끼는 불사약을 가을이고 봄이고 찧고 있는데
嫦娥孤棲與誰隣 항아는 외로이 살면서 누구와 이웃하고 있는가.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들은 옛 날의 저 달을 보지 못하지만
今月曾經照古人 지금 저 달은 옛 사람들을 비추었으리라.
古人今人若流水 옛사람이나 지금사람 모두 흐르는 물과 같아
共看明月皆如此 다 같이 달을 보고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唯願當歌對酒時 오직 바라노라, 노래하고 술마실 동안은
月光長照金樽裡 달빛이 오랫동안 술통을 비추어주기를...
~* 이백(李白) *~
요즘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를 읽고 있다.
중국의 시선(詩仙)이자 청련거사(靑蓮居士)로 불리우는 이태백(李太白, 701~762)의
詩를 밤에 읽노라면, 이상하게 술 생각이 저절로 난다.
평소에 마시지 않는 술생각이 나니 특이한 현상이다.
워낙 술에 관한 시가 많긴 하다.
시를 읽을 때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술생각이 저절로 나게 할 정도라면 시인이 엄청난
주당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시를 읽은 날에는 어김없이 술 한 잔이 간절히 생각난다.
이백의 시와 함께 며칠째 시경(詩經)도 함께 읽고 있다.
시경은 역사 관련 글을 쓸 때 가장 좋은 고증 자료로 사용된다.
시경은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의 노래 모음집이다.
중국의 주(周)나라 때부터 춘추시대 때까지 약 500여 년간 황하강 유역의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던 노래를 공자(孔子)가 모아서 엮은 책이다.
때문에 역사에 나오는 어느 의식에 관한 부분이 시경에 나오는 노래에 들어가 있으면,
무려 기원전 3,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증이 된다.
당시에 그런 의식이나 행위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사에 있어서도 시경은 매우 중요한 사료의 일부분이다.
시경에는 모두 30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들은 국풍(國風), 소아(小雅), 대아(大雅), 송(頌)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노래 가사이기 때문에 읽기가 쉽고 아름답다.
연애시들도 꽤 많다.
우리는 기원전 3,000년 전이나, 기원전 5,000년... 하면, 굉장히 미개한 시대인 걸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때의 사랑노래나 지금의 사랑노래나 다를 바 없고, 그때 있던 나무나 지금 있는 나무나
이름까지 똑같고,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감정, 희로애락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詩經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는 국풍(國風) 소남(召南) 편에 나오는 이슬길이다.
함초롬히 젖은 이슬길을 이른 아침 늦은 밤에 어찌 다닐 수 없겠습니까만,
길에 이슬이 많아 젖을까 해서지요.
누가 참새에게 부리가 없다 했나요?
없다면 어떻게 우리 지붕 뚫었나요.
누가 그대에게 혼인의 예 없다 했나요?
있다면 어째서 나를 소송에 불렀나요.
아무리 소송해서 불러내도 그대에게 시집가진 않을래요.
누가 쥐에게 어금니가 없다 했나요?
없다면 어떻게 우리 담장 뚫었나요.
누가 그대에게 혼인의 예 없다 했나요?
있다면 어째 나를 소송에 불렀나요.
아무리 소송해서 불러내도 그대를 따르지는 않겠어요.
정말 예쁜 노래 아닌가?
여자가 예의 없는 남자의 청혼을 거절하며 노래한 시이다.
이슬길은 험한 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참새의 부리는 쪼라고 있는 것이고, 쥐의 어금니는 갉으라고 있는 것인데
그대는 왜 입이 있으면서 직접 내게 얘기 안 하고, 동네에 소문만 무성하게
낸 채 소송이나 하느냐고 따지는 내용이다.
이 시가 바로 3,000년 전 詩이다.
지금 이 시대에 노랫말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예쁜 노래 가사이다.
귀엽고, 당차고, 은유적으로 투정하는 게 예뻐서 내가 좋아하는 시이다.
3,000년 전의 그 女人... 투정을 부리던 그 남자와 결혼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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