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울수록,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매일이 자신과의 싸움이며, 선택의 싸움이다.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은, 몇 시간이 어디선가 공짜로 생긴듯 행복하고 여유롭기만 하다.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노트 정리를 하고, 컴퓨터로 글쓰는 작업을
하는 등 마치 금지된 욕망을 몰래 즐기는 듯 일종의 희열마저 느끼며 안연(晏然)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운동을 가려면 먼저 추위와 싸워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나태함과 격렬히 다투어야 한다.
허나 작가에게는 몸이 재산이다.
몸이 불편하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판단력도 좋지 않다.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일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컨디션이 좋아야 창의력이 높아지고, 생각의 갈피도 잘 정리되며, 판단력도 날카롭고 올곧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규칙적인 운동을 하려고 무진장 노력을 한다.
내 경우엔 유산소 운동인 런닝을 50분, 무산소 운동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30분, 스트레칭을
운동 전후로 30분 가량 해서 하루에 총 2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런닝을 50분 하는 것은, 유산소 운동을 50분 이상 할 경우 오히려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요즘 내 운동의 주 목적은 근육을 유지하는데 있다.
근육량이 많아야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이다.
나이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바로 기초대사량의 급속한 저하이다.
기초대사량이 줄어들면 여러가지 신체적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는 최대한 근육량을 늘리거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나는 처음엔 태권도를 했고, 다음엔 검도를 했으며, 그 다음엔 국선도를, 다음엔 단전호흡과
요가를 했다. 그 후엔 에어로빅과 수영을 했다.
모두 다 좋은 운동들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육운동이 절실해져 결국 헬스 클럽에
다니게 됐다.
내가 다니는 헬스 클럽은 5층 건물이다.
한데, 건물을 올려볼 때마다 아주 묘한 생각에 젖어들곤 한다.
1층엔 분식집과 슈퍼가 있고,
2층엔 음식점이 있다.
3층엔 큰 호프집이 있고,
4층엔 당구장이 있다.
그리고 5층에 헬스 클럽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대로 각각 내리는 층이 다르다.
내가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동안 누군가는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누군가는 당구장의 뽀얀 담배 연기 속에서 내기 당구를 치면서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먹는다.
결국 자신이 선택한 바에 따라서, 시간을 보내는 게 각자 다르다.
운동을 끝내고 땀에 흠뻑 젖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각 층의 문이 열릴 때마다
안의 모습이 확연히 다 들여다보인다.
2시간 전엔 분명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었지만, 어느 층에 갔느냐에 따라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각기 다르다.
자신이 선택한 장소에 따라서 삶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 5층 건물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사람의 인생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인간 삶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선택에 따라서 삶이 달라지고, 운명도 달라진다.
그리고 선택에는 엄정한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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