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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아라홍련 2013. 2. 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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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몸 관리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다이어트에 목을 매긴 하지만, 컨디션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일하는데 지장은 없다.

한데, 내 경우엔 좀 다르다.

컨디션 조절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일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일에 집중이 안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워낙 방대한 자료들을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므로 항상 극도의

긴장감과 몰입도가 필요하다. 때문에 컨디션에 조금만 난조가 생겨도 일하는데 지장이 있다.

만약 이런 경우가 생기면, 진한  에스프레소를 머그컵으로 마셔가며 강제로 각성상태를 유지해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아니면 詩나 소설을 읽으며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허나 컨디션 조절이 안됐다는 건 피로가 누적됐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지금은 주로 후자의

경우를 선택해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그래서 컨디션 조절에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인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도, 쾌락을 좇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늘 조심 또 조심하는 것도 모두, 컨디션 조절을 잘해 일하는데 몸과 마음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부득이한 방법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연예인들보다 더 체계적으로 몸 관리를 해야 하는 고된 직업이 바로

작가의 삶이다.  

  

워낙 바쁜데다 날씨까지 추워 요즘은 운동하러 다니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늦게 운동을 다녀와서 식사를 하느라고 간만에 TV를 켰다.

한데, 하필 독일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수도원을 보는 순간, 그동안 잊고 지내던 트라피스트 수도원이 간절히 생각나기 시작했다.

노동, 기도, 침묵... 자연 속의 단순한 삶을 통해 영성생활을 하고 싶던 나의 간절한 소망은,

무의식 속에 가만히 숨어있다가 조금만 틈새가 생기면 그대로 튀어나와 그리움으로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평소엔 잊고 살다가도, TV에서 수도원에 대한 방송이 나오던지 라디오에서 그레고리안 성가나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들려오면, 어김없이 가슴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치곤 한다.        

 

한데, 참 희한하기도 하지...

방송이 끝나 TV를 끄고, 평소에 듣던 라디오 클래식 음악방송을 켜자마자 이번엔 또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웅장하게 흘러나온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그리움이 유독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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