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총사욕 안거려위(得寵思辱 安居慮危)
... 총애를 얻거든 욕될 것을 생각하고, 안락함에 처하거든 위태할 것을 염려해야 한다.
이 글은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에나오는 내용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은 말 그대로 "마음을 밝게 해 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본래 明나라 때인 1393년 범립(范立)이 쓴 책이다.
인간의 바탕을 착하고 올바르게 확립하는 것에 역점을 두어 편집한 인격수양서로, 주로 중국의
고전에서 잠언 163개를 발췌해 계선(繼善), 천명(天命), 권학(勸學), 치가(治家) 등 24 부문으로
나누어 편집했다.
이를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제학을 지낸 추적(秋適)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다시 편찬했다.
조선 시대에는 가정과 서당에서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서로 사용될 정도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성훈련 교육서로 활용됐다.
그렇다고 명심보감이 쉬워 보이는가?...
그냥 대충 읽고 넘긴 것과, 읽고 마음에 새겨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아무리 많이 읽어 문장을 줄줄 외운다 해도, 살아가면서 인생의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도 명심보감과 채근담(菜根譚), 근사록(近思錄). 회남자(淮南子), 시경(詩經),
법구경(法句經)은 바로 손이 닿는 곳에 항상 놓아둘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인간은 명심보감과 채근담(菜根譚)만 마음에 새기고 살아도, 어떻게 사는게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또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어떻게 자기 본분에 맞게 살아나갈 수 있는지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한마디로 이 책들은 인생이란 여정을 살아감에 있어서 등롱과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나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경서들을 공부해왔지만, 그 가르침들을 통합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채근담과 명심보감, 그리고 수천 년 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인디언들의 기도문과 속담 속에
모든 가르침이 다 들어있다.
내가 오랫동안 고전을 공부해온 건, 단지 그 가르침들을 원론적이고 심도있게 공부했다 뿐이지,
핵심적인 가르침은 가장 기본적인 두 책과 인디언 기도문, 속담 안에 오롯이 다 들어있다.
이 책들은 마음에 탐욕이 생겼을 때, 또는 자신의 깜냥에 넘치게 인정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릴 때
어느 선에서 적당히 멈추고 수신을 해야 하는지를 짧고 강렬하게 가르치는 최고의 교훈서들이다.
한데, 그런 기본적인 책조차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공부, 공부... 하면서 교과서만 잘 외우면
좋은 성적에 좋은 대학을 가다보니, 고위 관료가 되어서도 끝없이 권력과 부귀영화로 돌진하다가
결국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인간은 돈과 권력, 명성을 모두 가지려고 하면 안된다.
그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전에 우리나라 재벌 한 명이 경제대통령에 머물지 않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직접 대선에
나온 적이 있다. 그의 아들 역시 막대한 경제력을 가지고 정치권에서 대선에 나올 기회를
여러 번 노렸지만, 지금까지 그저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에 머물 뿐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만약 가졌다고 해도 결국 끝이 안좋다.
우리나라의 정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허나 인간은 자기 자리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돈과 권력, 명성을 모두 손에
움켜쥐려 한다. 교만이 눈을 가려 순간, 자신만큼은 모든 것을 가지는게 허락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을 거부하고, 모든 것을 다 손에 넣으려고 권력과
부귀영달를 향해 돌진한다. 탐욕이 낳은 결과이다.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존경과 명성까지 잃고, 불행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존경받는 고위관료였던 한 인물은 청렴함으로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었다.
그러나 후에 정치판에 뛰어들며 그의 명성은 퇴색했다. 지금도 그는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한 작은 정당의 대표로 있다. 그가 정치와 맞바꾼 것은 존경심이다.
지금 그를 존경했던 관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작금의 헌재소장 잡음이나, 총리 잡음도 마찬가지이다.
고위관리가 막대한 부(富)를 축적했다면, 그건 결코 자랑할만한 게 아니다.
특히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삿되거나 비열했다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그 중 한명은 보통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부정한 행위로 돈을 빼돌리고 축적해, 듣기도
민망한 "흡사마", "돈흡", "생계형 권력주의자"로 불리며 국민들로부터 비아냥을 당하고 있다.
공금을 사적용도로 마음껏 쓴것도 모자라서 "항공권 깡"에까지 이르자 국민들이 지금 경기를
일으키며 개탄하고 있다.
정의를 수호하는 일에 전념한 것이 아니라, 평생 돈 모으는 재미에 빠져 살았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한명은 아들 상속문제, 심지어 부동산 등기일자 조작문제까지 나오고, 두 아들의 군 미필
문제로 연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재벌들의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이 두 사람을 보면 언뜻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만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만일 헌법의 수호자의 자리에까지 이르지 않고 적당한
자리에서 멈추었다면, 그동안 많이 모아놓은 돈에 행복을 느끼면서 나름 존경받는 인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돈과 권력, 명성을 모두 가지려고 욕심을 부렸다가 생긴 사단이다.
인간은 돈과 권력을 쥐게 해주면, 본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탐욕이 거침없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려(下廬) 황덕길이 <하려집>에 기록한 글이 생각난다.
非分之喜 過實之榮 人皆曰幸 君子惟曰不幸
내 몫이 아닌 기쁜 일이나 실제보다 넘치는 영예를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군자는 불행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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