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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을 초대합니다.

아라홍련 2013. 1. 2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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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게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를 즐겨 찾는 당신을 마음으로 이곳에 초대했습니다.

당신을 위해 저 아름다운 담벽색(淡碧色) 그릇에 맛있는 스파게티를 정성껏 만들었어요.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이태리산인 GAROFALO 스파게티면을 10분 남짓 삶았습니다.

스파게티면은 국수와 달리 계란이 들어있어서 무르게 오래 삶아야 하니까요.

잘 익었는지 벽에 던져보는 짓은 하지 않았어요.

영화나 드라마 흉내를 내는 게 남세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잘 맞췄으니까요.

이젠 굳이 시계를 보지 않고 보기만 해도, 면이 잘 익었는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면이 잘 삶아져 소쿠리에 담아 재빨리 물을 뺐습니다.

그리고 면이 불지 말라고 올리브유를 몇 방울 묻혀 잘 버무려 놓았어요. 

재빨리 후라이팬을 달궈 다진 마늘을 볶으며 향을 냈습니다. 

거기다 고기 간 것과 양송이, 햄, 피망, 양파, 올리브, 김치 다진 것을 넣고 잘 볶았어요.  

김치를 잘게 썰어 넣는 것은 느끼한 맛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김치를 약간 넣는게, 양식을 즐기지 않는 제 입맛엔 잘 맞는것 같아요.

 

재료가 잘 볶아져서 토마토 퓨레와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 케첩 약간을 넣었어요.

후추를 직접 갈아 약간 간을 했습니다.

후라이팬 가장자리가 끓기 시작해 스파게티면을 집어넣고 다른 재료들과 잘 섞었어요.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예쁜 담청색 그릇에 스파게티를 담고 그 위에 피자 치즈를 잘게

썰어 뿌린 뒤, 치즈가 녹도록 오븐에서 잠깐 구워냈습니다.     

그리고 난간 옆 식탁 위로 스파게티를 갖다놓았어요.

옆에 유리병엔 화사한 꽃도 꽂아놓았습니다.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요.^^

  

음악도 준비했습니다.

분위기에 맞게 앙드레 가뇽(Andre Gagnon)의 3집 피아노 연주 음반을 준비했어요.

첫 번째 트랙인 '영원한 회귀'가 마치 詩처럼 서정적이고 감미롭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영원한 회귀'란 단어는, 독일이 조국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니체의 글에서 나왔죠. 

전 이 캐나다 출신 음악가를 십수 년 전, 길을 가다가 처음 알게 됐습니다.

창덕궁 근처를 거닐다가 작은 음반가게 앞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저절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신선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길에 서서 하염없이 음악을 들은 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누구의 음악인지 물었습니다.

주인이 "앙드레 가뇽"이 작곡하고 직접 연주한 곡이라고 알려주더군요.

리나라에 음반이 소개된 지 얼마 안됐다고 하면서요.

그도 가뇽의 음악을 퍽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음악이 벌써 두 번째 트랙인 '비온 후에'를 거쳐 '꿈II', '보비숑'으로 물 흐르듯이 감미롭게 

이어지고 있네요. 

 

후식으로는 깔끔하게 필라델피아 치즈 케이크와, 엑스트라 골드 브랜딩 커피를 준비했어요.

당신과 나는 찻잔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잠시 서로의 눈빛을 들여다봅니다.

우린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교감을 파동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도반(道伴)인지도 모르겠군요.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당신의 축복을 받고 싶어요.

저의 특별한 날을 축하해 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김시연 작가가 더욱 발전하기를... 나날이 더 좋은 글을 쓰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있게 자신의 숙제를 잘해나가기를 기도해 주세요.

당신이 어떤 종교를 믿어도 좋습니다.

바로 지금, 당신의 기도를 원합니다.

 

우린... 내일 다시 이곳에서 또 만나겠지요.

당신이 즐거운 주말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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