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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아라홍련 2013. 1. 23. 03:52

 

 

                                                                                                                         <소백산 설경>

 

지난 1월 19일, '은둔의 왕국' 또는 '은둔의 나라'로 불리는 부탄왕국(Kingdom of Bhutan)이

갑자기 21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첫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부탄에서 첫눈은 행운의 상징이다.

그래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엊그제인 21일, 부탄은 온 국민이 첫눈을 즐기며 행복한 휴일을 보냈다.

 

부탄은 내가 가장 여행가고 싶은 나라이다.

나는 가끔,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전생에 얼마나 많은 선업(善業)을 쌓았으면 그곳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만 부러워 하는 것일까?

인생을 깊이 탐구하고, 삶의 여정을 진지하게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똑같이 부러워한다.

국민의 97%가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왕들의 통치를 받은 나라!

세계가 인정하는 행복한 나라!

국민이 왕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가 바로 부탄왕국이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남동부의 산기슭, 해발 2,000m의 산악지대에 있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나라이다.

주민은 티베트계이며, 라마교를 신봉하고, 언어는 주로 티베트어를 사용한다.

인구도 고작 70만 명 정도이다.

1974년, 3대 왕인 부왕(父王)이 케냐 방문 중 급서하자, 불과 17세의 나이로 부탄의 4대 왕이 된

지그메 싱예 왕축(Jigme Singye Wangchuck)의 즉위식 때 처음으로 외국에 문호를 개방했을

정도로 보수적인 나라이다.     

1999년이 되서야 인터넷과 TV가 들어왔다.

국민 소득이 겨우 2,000달라로 최빈국에 속한다.

한데 거의 모든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행복하다.

이는 세계의 모든 행복 관련학자들도 인정한다.

왜 그럴까?

  

부탄왕국의 4대 왕 "지그메 싱예 왕축" 왕은 늘 국민의 행복과 건강한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현명한 왕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부(富)와 행복(幸福)이 연결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부자는 아니지만, 대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GNP보다 GNH(국민 총행복지수)를 주축으로 국정을 운영해 오늘의 부탄을 만들었다.

국민행복지수의 입법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왕이 바로 "지그메 싱예 왕축" 왕이다.

부탄은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고, 부의 균등한 분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왕이 경제 성장에만 혈안이 된 게 아니라 문화와 전통, 국민의 정신건강, 연대, 공동체들을

강조하고 상생하는 대인적, 총체적 개발방식을 오랫동안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부탄의 5대 국왕은 지그메 케사르 남젤 왕축(Jigme Khesar Namgyel Wangchuck)으로

2006년, 부왕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았다.

그는 영국 옥스포드 맥달란 대학의 정치학 박사이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버지를 그대로 쏙 빼닮아서, 그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한걸음

더 전진했다.

즉, 국민 총행복지수(GNH)를 위한 4가지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첫째,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 발전.

둘째, 생태계의 보존과 회복.

셋째, 국가의 전통과 정체성을 실천하는 문화의 보존과 증진.

넷째, 앞의 세 가지를 달성할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이다.

뿐만 아니라, 부탄의 GNH 정책과 후생 수준을 구성하는 9개의 규범적인 영역을 설정하기도 했다.

통치자가 똑똑하면 국민이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왕이 너무 많은 힘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즉위한지 2년만에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꾀했다. 왕을 사랑하고 존경한 국민들은 그냥 왕국으로 남길 원했지만, 왕의 강력한 의지로

2008년에는 총선이 이루어지고, 내각책임제로 전환됐다.

때문에 지금의 부탄왕국은 국왕이 국가를 대표하는 입헌군주국인 왕정국가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부자지간, 형제지간에도 피를 보며 살벌하게 골육상쟁을 벌이는 기존의

여러 왕국들과는 한마디로 천양지차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왕은 31살 때인 2011.10.13일, 평민인 항공기 조종사의 딸 "제선 페마'와 결혼했다.

한데 다른 나라 국가원수나 왕족을 한명도 결혼식에 초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장관들도 자리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부부 동반하지 말고 혼자만 오라고 지시했다.

왕의 결혼식은 국민들의 축복 속에서 전통방식으로 소박하게 올려졌다.

또 전통주의자들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왕은 다수의 자매들과 결혼하는 일부다처제의

오랜 전통을 단칼에 끊어버리고, 왕으로는 최초로 일부일처제를 공언했다. 

이런 왕을 어찌 국민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왕은 결혼식 날짜도 5개월 전에 미리 발표했다.

국민들은 5개월 동안 들뜬 마음으로 결혼식을 고대하며, 마치 축제를 벌이듯 진심으로

왕의 결혼을 축하했다.

이러니 국가가 건강하고, 국민들이 행복할 수밖에 없다.

 

행복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Happiness)에서 항상 언급되는 나라가 바로 부탄왕국이다.

경제학계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행복한 국민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총생산(GNP)라는 지표로 측정되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국민 총행복지수

(GNH, Gross National Happiness)를 추구하는 경제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가장 모범적인 예로 들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부탄왕국이다.

행복(Happiness)이란 무엇인가?

만족과 기쁨, 즐거움, 재미, 웃음, 보람, 가치감, 평온감, 안정감, 의욕, 희망을 가지고 사는게 

인간의 행복이다.

통치자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사심없이 현명하게 노력하는 국가는 행복한 국가이다.

그런 나라에서 사는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데, 며칠전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20대 남녀들의 행복의 조건은 첫째가 경제력, 이었다.

세대를 초월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단연 을 꼽는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국민의 현주소이다.

왜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지, 왜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지, 왜 화병이란 단어가

세계 최초로 의학사전에 올랐는지, 왜 40대 가장들의 급사율이 가장 높은지, 왜 노인 자살률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보다 30배가 넘는지, 그리고 왜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추한 행동을 서슴치 않으면서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지 곰곰히, 정직하게,

정부도... 통치자도... 국민도... 진지하게 돌아보아야만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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