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m Gibbs의 작품>
居高思墜 持滿戒溢
(높은 곳에 있을 때는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고,
가득 찼을 때는 넘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문장은 당나라 태종 때 건립한 구성궁(九成宮)의 예천명(醴泉銘)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때, 백담사에서 스님들이 동안거(冬安居)의 화두로 정한 뒤, 용맹정진했을 정도의 명문장으로
꼽힌다.
이몽(異夢)에서는 철종이 즉위 초, 성군이 되고자 노력하며 경연관들로부터 배운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세수간 벽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읽고 외우는 걸로 나온다.
천성이 조용한 성품이었지만, 목욕할 때만큼은 활달한 王이었다.
목욕을 하며 세수간 벽에 붙어있는 10조서와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소리내 읽는 것이 금상의 유일한 낙이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곧바로 써서 벽에 붙여 놓았다.
거고사추 지만계일(居高思墜 持滿戒溢)...
'높은 곳에 있을 때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고, 가득 찼을 때 넘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몽 1부, 283p>
인디언 '캡틴 잭'의 말처럼 인생은 '잠시 동안만 자기 것'이다.
<이몽>에 나오는 지명선사가 봉이에게 가르치듯, 인간의 삶이란 하늘의 시간으로 보면 극히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인생을 꿈...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등으로 비유한다.
덧없는 인생은 실체가 없어서 마치 '꿈'과 같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불교에서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드 라 브리아'도 '인생은 환영 속의 광기(狂氣)이며, 그림자이다.' 라고 말했다.
구약(舊約)의 욥기(14장 1~2절)에는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사람이란 여인에게서 난 몸,
수명은 짧고 혼란만 가득하다.
꽃처럼 솟아났다가 시들고,
그림자처럼 사라져 오래가지 못한다.
종교와 인종을 불문하고,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인생을 '그림자'로 표현하고 있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삶을 이들 모두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몽에서도 금과옥조 같은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인인 왕을 궁궐로 보내고 강화도 혜각사에서 수행에 용맹정진했던
'봉이'는 세상을 뜨기 전, 편지를 통해 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남겼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꿈같고... 환상 같으며...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반짝이는 이슬 같고... 번갯불 같으니... 마땅히 그렇게 보도록 하십시오.)
인생을 이렇게 바라보아야만, 탐욕과 오욕칠정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숙제를
찾아 열심히 행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이 별에 왔던 목적을 이루고 갈 수 있다.
우주에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
일정한 순환 법칙 속에 엄정한 질서가 존재한다.
계절은 반드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순환되고, 초생달은 보름달로, 보름달은 다시 초생달로
바뀐다.
산에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그 누구도 영원히 정상을 지킬 수는 없다.
동서고금 어느 역사에도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자나 거부(巨富)들은 모두 불사(不死)를 꿈꾸고 영원한 권력을 꿈꿨지만,
이를 이룬 사람은 단 한명도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인간의 한계이다.
'영원'이나 '불멸'은 결코 인간의 몫이 아니다.
신(神)의 영역이다!...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가장 높은 정상에 올랐을 때, 내려갈 것을 미리 대비한다.
겸허히 자신을 성찰하면서 잘 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성실히 한다.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영혼을 잃을까 저어하여, 수시로 마음 챙김을 하고 또 권력을 오남용
하지 않으려 애쓰며, 마음을 낮춰 많은 이들에게 선(善)을 베풀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또 인생의 최고 정점에 올랐을 때 자비(慈悲)와 적선
(積善)의 씨앗을 뿌리고 착실히 가꾸며 살아간다.
그러나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영혼을 열심히 탐구한 사람!...
삶의 여정(旅程)에 충실한 사람!...
자신의 삶에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
'땀과 노력이 스며들지 않은 것은, 애초에 자기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만이 이런
지혜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인간은 늘 자기 성찰을 하며 부지런히 마음공부, 마음챙김을 훈련해야 한다.
인간세인 사바세계(娑婆世界)에는 한가지 엄중한 법칙이 존재한다.
세상 모든 것은 가득차면 반드시 넘치게 돼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해당되는 중력의 법칙이다.
때문에 고래로 성현(聖賢)들은 '차고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고.' 가르치셨다.
넘치지 않으려면 일정 부분 비워놓아야만 한다.
한마디로 여백(餘白)이 필요하다.
권력과 명예, 돈과 사랑, 그 어떤 것이라도 차고 넘치게 가지고 있으면, 인간은 교만과 오만의
본성이 하늘을 찌르고 도랑방자해진다.
세상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람들을 돈과 권력, 인기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자를 존중하지 않고, 잔인하게 짓밟고 깔아뭉개며,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입혀도 양심에 전혀
가책을 받지 않는다.
죄책감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양심과 죄책감을 못느끼는 교만과 몰상식은, 결국 자신의 삶과 영혼을 파괴시키고 만다.
그래서 하려(下廬) 황덕길은 <하려집(下廬集)>에다 이렇게 기록했다.
非分之喜 過實之榮 人皆曰幸 君子惟曰不幸
(내 몫이 아닌 기쁜 일이나 실제보다 넘치는 영예를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군자는 이를 불행이라고 말한다.)
만일 권력자나 인기있는 자들이 정상에 올랐을 때,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고...
많이 가진 자들이 삶의 끝을 생각하여 가득 찼을 때 넘치는 것을 경계하고 자중하며...
주위에 많은 선(善)을 베풀고 산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살벌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돈도... 권력도... 재능도... 명예도... 인기도... 또 세상 모든 것들도... 그저
잠시잠깐 빌려와 사용하고 있을 뿐, '때가 되면 하늘에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면, 아마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부자(富者)가 부자로 죽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영적으로 볼 때는, 한마디로 실패한 인생이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끝없이 자선과 기부를 행하는 것은 바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은 부(富)에 대해 세상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태어난, 고차원에 속하는 영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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