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계사년(癸巳年), 내 삶의 화두(話頭)는...

아라홍련 2013. 1. 4. 15:16

계사년(癸巳年) 내 삶의 화두는 달관(達觀)이다!

 

달관(達觀)이란... 세상이나 인생의 진리를 꿰뚫어 보아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고

넓고 멀리 바라보는 경지를 말한다. 즉 모든 구속으로부터 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지난 임진년 마지막 날, 나는 송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한 지인 일행과 점심을 함께 했다.

일주일 전 약속을 문의했었는데, 상대방이 워낙 바쁜 분이라 그나마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는

때가 마침 12월 31일 점심 뿐이었다.

나는 지인 일행과 함께 설경(雪景)이 아름다운 광교산과 백운산 자락에 즐비한 음식점 중 한 곳을

찾아 점심을 함께 했다. 사무실에 들려 일행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긴 뒤 일어서려는데,

연구실에서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나를 본 지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 김선생!  달관하세요."

나도 힘차게 대답했다.

      "네!"

김 선생님도 아니고, 김 작가님도 아니고...내게 이런 어조로,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다.

이쯤에서 혹여 내가 사부(師傅)를 만난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부는 내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우린 서로 깍듯이 존댓말을 쓴다.

내가 사부에게 '님'자를 붙이지 않는 것은 사부가 나보다 나이가 젊기 때문이다.

그는 정확히 말해 사부(師父)가 아니라 사부(師傅)이다.

나를 '가르쳐 이끌어 준 사람'이라는 뜻이다.

 

김선생... 달관하세요.

순간, 지인달사(至人達士)인 그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을, 내가 가장 마음공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을 화두로 남겨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달관(達觀) 계사년의 화두 뿐만이 아니라, 내가 평생 화두로 삼고 마음공부 해나가야

할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인생의 진리를 훤히 꿰뚫어 넓고 멀리 바라보는 경지...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는 경지...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경지...

희노애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경지...

분노의 화기에 휩싸이지 않는 경지...

슬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경지...

화(火)의 불길에 휘말리지 않는 경지...

항상 내 영혼을 직시하는 경지...

자기 성찰과 통찰의 능력을 늘 갈고 닦는 경지...

직관(直觀)의 예민함과 날카로움이 줄어들지 않도록 초연함과 여여함을 잃지 않는 경지...   

....... 그래서 인생의 진리를 꿰뚫어 보아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고, 넓고 멀리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는 달관(達觀)의 경지가 바로 내 평생의 화두이다.  

 

18세기의 문인 유언호(兪彦鎬)는 달관(達觀)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고금의 좋은 글들을 뽑아

세상을 잘 살아가는 네 가지 비결을 뽑은 뒤, 유형별로 편차를 매겨 <임거사결(林居四訣)>이란

책을 편찬했다. 그는 책에서 첫째는 달(達)이요, 둘째는 지(止)요, 셋째는 일(逸)이요, 넷째는

적(適)이라고 했다. 그리고 달(達)이 그 첫 번째를 차지한 것은 상하사방을 통달(通達)하는

경지에 이른 다음에야 능히 지(止)와 일(逸), 적(適)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達)>

 

세상에서 이 육신이란 꿈과 환각, 거품과 그림자라... 이렇게 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達이라네. 

무엇이 있는 것이고, 무엇이 없는 것인가?  무엇이 기쁜 것이고, 무엇이 슬픈 것인가?

그저 인연을 따를 뿐, 마음에 누가 되지 않고 즐겁게 편안하여 어디를 가든 얻지 못함이 없네. 

    

<(止)>

 

물고기는 연못에 머물러 살고, 새는 숲에 머물러 사는 법!  사물은 제각기 사는 곳이 있건만,

사람은 그러지 못하지. 통쾌한 데에 머물려면 성해지기 전에 쉬어야지. 그런 다음에야 마음이

고요해지니, 진리는 여기에서부터 들어오는 것이라네. 제 몸을 잊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바로 간괘(艮卦)의 상이라네. 

 

<(逸)>

 

육신이 있는 자는 누군들 편안하고 싶지 않겠는가?  육신이 있음을 알지 못하면 피로함을 편안함으로

여기는 법. 저 조릉의 새를 보라! 끈에 묶여도 편안하다가 하루아침에 벗어나게 되면 구만리 높은

하늘로 날아올라, 예전의 괴롭던 일을 추억하고 지금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네.

 

<(適)>

 

없는 것 가운데 있는 것이 있고, 환상 가운데 실상이 있는 법이라. 사물이 다가와 나와 접촉하게 되면

기뻐할 만하다네. 강과 산과 꽃과 바위, 물고기와 새와 거문고와 책 등이 이리저리 벌려져 있는데,

내가 그 사이에 있어 휘파람 불고 시를 읊조려 사물과 나를 모두 잊어버리네. 

 

 

<임거사결>은 노자장자의 오묘한 글을 채록하고, 고금의 방달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 번 읽으면 삼천세계에 문득 공화(空華)가 일어났다 사라지게 하고,

두 번 읽으면 열 두 개의 몸속 구명에서 시원한 바람이 쏴하고 나오게 하며, 세 번 읽으면

표연히 홍몽(鴻濛)을 뛰어넘고 희이(希夷)와 하나가 되는 뜻이 들게 하여, 혼미함을 벗어나

깨달음의 묘책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했다.  

혼탁한 세상의 괴로움에서 달관(達觀)의 경지로 초탈하기 위한 하나의 지침서인 셈이다.

  

 

   *  이 글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