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작스레 연락줘서 좀 놀랍고도 반가웠어.
'지수'야!
넌... 내 진정한 20대 친구 맞아.
이몽(異夢)이 출간되자마자 제일 먼저 책을 산 사람도 '지수'이고, 무엇보다 작가와 작품을
가장 사랑하고 아껴준 독자였으니까...
도서관에서 작업하는 걸 계속 지켜봐 온 터라 이몽을 누구보다 많이 기다려 준 독자였지.
나는 내 책을 읽은 일반 독자들 얼굴을 아직 본 적이 없단다.
블로그를 만든 뒤 수많은 독자들이 내 블로그를 방문하고, 나 또한 몇 명의 블로그에는 가끔
구경을 가곤 하지만, 블로그 이름만 밝힐 뿐 그 누구와도 직접적인 소통을 한적이 없어.
심지어 내 블로그는 댓글 다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단다.
하지만 '지수'는 자정이 넘은 늦은 밤에도 내게 스스럼 없이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는 친구이지.
뒤돌아 생각하니 우리 사이에는 쌓인 추억들이 너무도 많더구나.
도서관에서 보낸 많은 세월 중, 지수와 보낸 추억이 아마 대부분을 차지할 거야.
'지수'를 만나기 전의 도서관 생활은 생각이 잘 나지도 않아. 마냥 고생스러웠다는 것 외에는...!
그래서 우린 둘도 없는 도서관 친구이지.^^
도서관에서 하루에 20시간 씩 공부하고 작업할 때, 그 힘들고 고달픈 시간들을 '지수'가
있어서 위로받고 견딜 수 있었단다.
내가 힘들어 하면 가장 많이 위로해 주고, 내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가장 많이 흥분하고,
내게 좋은 일이 생기면 '지수'는 늘 내 일처럼 기뻐해줬어.
무엇보다 격려와 성원을 해주며 나와 이몽(異夢)에 큰 기대를 가졌었지.
그게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몰라.
시험기간 때 도서관이 붐비고 자리 경쟁이 심해지면, '지수'와 친구들이 도서관에 일찍 와
줄을 서서 협동작전으로 내 자리를 맡아주곤 했었지.
가장 힘든 시기에 도와준거라 그 고마움만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단다.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그 힘든 시간들을 내가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내가 고생하는 걸 모두 지켜 본 사람이 바로 '지수'야.
정치외교학과 학생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또 우린 똑같이 술과 담배를 안 하고,
대신 책과 공부를 모두 좋아하니 친해질 수밖에...!
생각해보면 '지수'가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이 조숙한 편이란다.
어떤 주제이건 우린 안 통하는 얘기가 없었잖니.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는 건지 때론 궁금해질 때도 있단다.
아마 그래서 많은 도서관 친구들 중에서도 '지수'하고만 연락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걸 거야.
우린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절친인게 분명해.^^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세월이지만, 때론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단다.
생각나니...?
몇 년 전 겨울, 학교에서의 공연말이야.
도서관에서 밤9시쯤 나와 열람실로 가지 않고, 우리는 학교에서 공연하는 싸이와 김장훈의
콘서트를 보러 간 적이 있었지.
하루종일 공부하고 밤에 나온 우리는, 다른 대학에서의 공연이 늦게 끝나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
가수 때문에 야외운동장에서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만 했었어.
지루해 밤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유난이 총총한 아름다운 밤이더구나.
비상식적이지만 공연은 밤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시작됐지.
사람들은 가수가 올 때까지 뚝심있게 운동장을 차지하고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았어.
이에 감동한 가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 듯, 공연을 2시간이나 했었지.
우리는 나이의 경계도 잊은 채 2시간 내내 손을 번쩍 들고 겅중겅중 뛰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열광적으로 공연을 즐겼지.
나로서는 처음 경험한 일이었단다.
공연은 새벽 1시 반이 넘어서야 끝났지. 정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황홀한 추억이야.
내가 언제 또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니?
군대에서 막 제대한 싸이의 공연도 우리를 미치게 했었지.
'지수'와 지수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그 시간에 용기를 내 몇 시간 씩 펄쩍펄쩍 뛰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을까...
지금도 문득문득 그 시절이 아련히 그리워지곤 해.
'지수'는 취업 준비로 바쁘고, 나는 공부와 일에 몰두하느라 우린 한동안 연락이 뜸했지.
내가 블로그 만든 것도 나중에 알았을 정도이니까.
그러다 며칠 전 갑자기 지수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단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았겠지.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야.
정치외교학을 전공해서 혼탁한 정치를 보며 분노도 많이 하고, 세대 간 갈등으로 마음도 상했을 거야.
하지만 이젠 훌훌 털고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다시 공부에 매진하도력 하렴.
그래서 꼭 원하는 꿈을 이루기를 바랄게.
정치와 이념, 사상... 그런 건 잠시 접어두렴.
정의와 진리에 대한 주장은 철학과 자아정체성이 굳건히 섰을 때, 그때 대의와 명분을 따져
투쟁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아무 생각말고, 공부에만 몰두해서 원하는 곳에 빨리 취업하도록 해.
그리고 힘이 생겼을 때... 옳고 그름을 판별할 줄 아는 판단력이 생겼을 때... 그 판단력이
사상과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보편성을 지닐 때, 그때 지수가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열심히 고뇌하고 간절히 노력하렴.
그래야 후회없는 삶이 될거야.
만나서 밥 한끼 먹자!
간만에 학교 앞 중국집에서 맛있는 거 먹자.
우린 둘 다 술을 안 먹어서 너무 맹숭맹숭해. 한마디로 재미가 없지.
하지만 얘기가 너무 잘 통해, 밀린 얘기 서로 모두 다 털어놓으면 한동안 수다쟁이가 될껄?
밥 사줄게 연락해.
한번 뭉치자.
상처 입은 우리 마음... 힐링하자고 예쁜 무지개 사진들 모아서 올려놓았어.
젊은 친구들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어, 나도 마음이 상해 힐링이 필요했단다.
그래서 무지개 사진을 준비했어.
아름다운 무지개 사진들 보고 마음의 상처는 잊고, 대신 희망을 가슴에 품도록 하자.
내 블로그 이름이 왜 달빛 무지개인지 사진들을 보면 이해가 될 거야.
블로그 글 보면 바로 연락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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