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 안녕!
이노를 알게 된 지 벌써 한달이 다 됐구나.
어느날 포털 사이트에 이몽(異夢)의 서평을 올린 한 10대 독자를 보고 기겁을 했었지.
10대가 이몽을 읽을 줄은 단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거든.
남자인지, 여자인지 도무지 종잡지를 못하고 한동안 궁금해 하다가 어느날 게시글을 보고 알았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라는 걸...!
그리고 "이노" 블로그에 올려진 글들을 읽어보고 여러가지를 알게 됐어.
책을 많이 좋아하고... 몸이 가녈하며... 작가를 꿈꾸고... 감성이 무지 풍부하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상상 속에(?) 멋진 남친이 있다는 것을...
또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새롭게 알았지. 멋진 2층 서재를 갖고싶어 한다는 것을...!
그 서재 사진, 너무 멋지더라. 정말 한눈에 반했어.
한창 감수성이 활발한 나이에 다른 여학생들처럼 예쁜 옷이나 보석, 명품... 이런 걸 갖고싶어
하는 게 아니라, 멋진 서재를 갖고 싶어하는 "이노"를 보며 너무 기특하고 신묘(神妙)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구나.
꿈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거든. 다만 사람들은 그 힌트를 읽을 줄 모를 뿐이야.
이노는 분명 작가가 되던지, 학자가 될 거야.
그런 꿈을 꾸고 있고, 무의식적으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결국 그 꿈을 이루게 될 거야.
나도 언젠가 이노가 올린 사진과 같은 그런 서재를 짓고싶어.
멋진 사진을 보며, 문득 그런 꿈이 생겼단다.^^
난 본래 허균이 짓고 싶어하던 이런 집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레이곤 했어.
아래 글은 허균이 절친인 유명한 화원 이정(李楨)에게 자신이 짓고싶어 하는 집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한 편지야.
큰 비단 한 묶음과 갖가지 모양의 금빛과 푸른빛의 채단을 짐 종에게 함께 부쳐
서경(평양)으로 보내네. 모름지기 산을 뒤에 두르고, 시내에 임한 집을 그려주시되
다음과 같이 배치하여 주게.
온갖 꽃과 밋밋한 대나무 천 그루를 심어두고, 가운데로는 남쪽으로 향한 마루를 터주게.
그 앞 토방을 넓게 하여 석죽(石竹)과 금선초(金線草)를 심어놓고, 괴석과 해묵은 화분을
늘어놓아 주시게. 동편의 안쪽 방에는 휘장을 걷고, 도서 천 권을 진열해야 하네.
구리병에는 공작새의 꼬리 깃털을 꽂아놓고, 비자나무 탁자 위에는 박산향로를 얹어놓아
주게. 서쪽 방에는 창을 내서 애첩(愛妾)이 나물국을 끓여 손수 동동주를 걸러서 신선로
(神仙爐)에 따르는 모습을 그려주게.
나는 방 한가운데서 보료에 기대어 누워 책을 읽고 있고, 자네는...(원문 2글자가 빠져있음).
주위에서 농담하며 웃고 즐기되, 두건과 비단신을 갖춰 신고 도복에는 허리띠는 두르지
않으며, 한 줄기의 항불 연기는 발(가리개) 밖에서 피어오르는데, 두 마리 학은 바위의
이끼를 쪼고 있고, 산동(山童)은 빗자루를 들고 와서 떨어진 꽃잎을 쓸고 있는 모습을
그려 주게.
간서치 이덕무(李德懋)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허균의 편지를 이렇게 평가했단다.
이정에게 준 편지에 동산을 그리는데, 그 배치를 설명하는 것이 역력히 신묘한 경지에
들어갔으니 매우 기이한 필치이다.
천재적인 면이 있고, 감성적이며, 본능을 추구하고, 지나치게 솔직담백해 화를 입었던 허균의
성격을 나는 좋아하지 않아.
본능에 충실한 성격은 이기적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 사람에게 많은 해악를 끼치거든.
다만 그의 천재성은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하고, 그가 갖고싶어 하던 집은 가슴을 설레이게 하더구나.
특히 "도서 천 권을 진열해야 하네." 하는 대목에선 그에게서도 활자중독자의 기질이 보이더라.
물론 활자 중독자... 하면 조선시대에 이미 2만 권 이상의 책을 읽은 간서치 이덕무가 최고이지만.
블로그 히스토리를 보니 "이노"는 블로그 시작한지 겨우 2년 남짓 됐는데, 블로그 이름을 벌써
40번이나 바꿨지. 그게 바로 그 나이의 감성이란다.
블로그 만든지 8년이 됐지만 두달 전 겨우 블로그 이름을 만들고, 블로그 이름을 한번 바꾼 나와
"이노"는 뛰어넘을 수 없는 세대 차이가 있지. 그게 바로 세월의 차이이고, 감성의 차이야.
하지만 그런 감성은 "이노" 나이의 특권이란다.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거든.
그래도 우리에겐 작가와 독자라는 특별한 관계말고도 공통점들이 꽤 있는 것 같아.
책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며, 때로 고뇌하고, 자신의 사명을 잘알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우리 모두 벚꽃을 좋아한다는 거야.^^
바쁜 와중에도 내가 자주 "이노" 블러그에 들리는 건, 이노를 응원한다는 뜻이야.
난 남의 블러그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아.
내가 일부러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야. 친구라고 생각하는 몇 몇 사람에게만 남기는 흔적이지.
내가 10대 독자에게 이런 편지를 남길 줄은 정말 상상조차 못했단다.
이노 친구인지, 누구인지는 알수 없지만 10대 독자들이 매일 꾸준히 내 블로그를 방문하고 있어.
블로그 통계에서 10대를 나타내는 파란 칸이 넓고 선명하게 나타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해.
다음 블로그뿐만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야.
매일 10대 독자들이 내 블로그를 방문하곤 해.
그래서 내게는 10대도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단다.^^
계속 열심히 공부하렴.
좋은 작가가 되려면 다양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뛰어난 감성만 가지곤 부족해.
독자의 감성과 이성을 모두 움직일 수 있을 때, 진정 좋은 작가로 평가받게 되는 거야.
부디 좋은 책을 많이 읽기 바란다. 좋은 국내외 고전들을 많이 찾아 읽으렴.
작가에겐... 젊은 시절 어떤 책들을 많이 읽었는가가, 훗날 다른 작가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개성으로 나타나게 된단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렴.
때론 불안하고... 때론 권태스럽고... 때론 외롭고... 때론 혼돈스러운 삶이겠지만,
결코 뒷걸음치지 말고 삶과 맞닥뜨려 그 과정을 용감하고 치열하게 잘 살아내길 바랄게.
그 끝에 "이노"가 원하던, 꿈꾸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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