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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독자가 생겼다...

아라홍련 2012. 11. 28. 04:07

역사소설 이몽에 10대 독자가 생겼다.

소설 두 권을 오롯이 읽은 것만이 아닌, 이몽의 서평까지 떡하니 올렸다.

블로그 통계를 보다가 언제부터인가 10대 학생들이 꾸준히 내 블로그를 방문한 기록을 보며

설마... 설마... 하며 머리를 흔들곤 했다.

10대 학생들이 이몽(異夢)에 관심을 가진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나는 이몽을 쓸 때 40~50대 이상의 독자를 타켓으로 생각하고 글을 썼다.

역사에 대해 좀 알고, 한자의 깊은 의미도 이해하며, 순우리말의 아름다움도 그리움처럼

간직하고 있을 5,60대들... 

실제로 내 소설은 장년층의 남자 독자들이 많이 읽는다.

특히 활자중독자들이 많다.

이는 다른 여류작가들의 소설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한데, 내 블로그 방문자 통계를 보면 놀랍게도 10대부터 20대, 30대, 40대, 50대,60대 등...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몽이 출간되자마자 그 가치를 인정하고 사랑한 사람들은 예상 외로 20대~30대 초반의

독자들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난 20대 때 그들처럼 소설을 분석하는 능력이 없었다.

그저 활자중독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읽는 책들도 달랐다.

이몽은 나이 든 독자들에게서 반응이 늦게 시작된 반면, 감각있는 20~30대에서는 일찍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10대들이 이몽을 읽고 내 블러그를 매일 방문하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뭔가 이상해서 나는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10대의 감성으로 이몽을 이해하고 좋아한다는 게 대저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 한 10대 독자가 드디어 이몽의 서평을 써서 포털사이트에 떡하니 나타났다.

이몽의 희노애락에 흠뻑 젖어 몰입해 쓴 서평인데, 내용을 읽어보니 일부 표현법으로 봐서는

영낙없이 10대로 보였다.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프로필 사진 대신, 만화에나 나올법한 남자 그림이 있었다.

감성적인 여학생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남자 그림을 보자 서평을 아무리 되풀이 읽어도 

감수성 예민한 남학생인지, 여학생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궁금증만 커졌다. 

특히 그 학생은 서평을 올리면서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흐드러지게 핀 벚꽃 그림과 이몽이 

잘 어울린다며 아름다운 동양화를 함께 올렸다.  

보기만 해도 확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었다.  

벚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누천한 사람들은 벚꽃이 일본꽃인 줄 아는데, 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도이다.

한라산에 자생하던 왕벚나무가 원조이다.

일본학자들이 일본에서 야생 왕벚꽃나무를 그렇게 찾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100년 전인 1910년 대, 제주도를 오가던 일본 상인들이 왕벚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묘목을 가져다가

일본 동경 우에노 공원에 심은게 일본 왕벚꽃의 시초이다.   

아무튼 난 그 학생의 성별과 나이를 몹시 궁금해했다.

한데, 이틀 전 이 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어보니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한마디로 헐!!... 이런 느낌이 들었다.

서평 중엔 이런 구절도 있었다.

   "이몽은 문자 하나하나가 곱씹을 만큼 좋다."

소설을 읽으며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음미했다는 뜻이다.  

이게 대체 말이 되는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감성으로 어떻게 이몽에 흠뻑 빠져 울고, 웃고, 화를 낼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서평까지 쓸 생각을 했는지... 난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그저 신통방통할 뿐이다. 

 

이 여학생은 작가를 꿈꾸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감성이 매우 예민하며, 오랫동안 나름대로 글쓰기를 해온 흔적들이 엿보인다.

특히 역사소설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10대 때 이몽을 읽고 몰입할 수 있는 감성이라면, 그리고 앞으로 치열하게 글쓰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기만 한다면, 훗날 언젠가 나이에 비해 고묘한 한 젊은 작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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