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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과 친구의 차이

아라홍련 2012. 10. 20. 16:51

 "재능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내려진 선물이다.

  그것만 펴고 살아도 네 한평생은 부족함 없이 보람될 터, 한데 특별한 재능을 지닌 네가

  만백성의 어버이인 지존하신 임금까지 네 곁에 려함은 지나친 탐욕이 아니더냐."

봉이가 수건을 눈에 댄채 서럽게 흐느꼈다 

 "그만 잊어라! 세상에 잊을 수 없는 일이란 없다. 살다 보면 지난날이 먼 꿈속의 일처럼

  아득한 날이 찾아올 터, 그때까지 은인자중하여라."

선사가 승복을 휘날리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철퍼덕 주저앉은 봉이가 입을 틀어막고 오열했다.

문 뒤에서 몰래 훔쳐보던 동영이 소맷부리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걸음을 멈춘 선사가 천천히 뒤돌아서 동영을 노려보다 끌끌 혀를 찼다.

 "도반으로 생각해라! 봉이는 친구가 아닌 벗이다!"

화들짝 놀란 동영이 귀까지 빨개져 합장했다.

 "친구에겐 탐심을 가질 수 있지만, 벗에게는 그리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친구와 벗의 차이니라."

                                                    <이몽 1권, p222 중에서>

 

 

혜각사에서 자란 원범(철종)의 동갑내기 친구 동영은 손재주가 뛰어난 잔재비라 혜각사의 잡일을

맡아하는 해결사이다. 그는 원범의 정인이자 지명선사의 향 제조 수제자인 봉이를 마음 깊이 짝사랑한다.

허나, 사랑하는 여인이 친구의 정인인지라 마음 한번 표현하지 못한 채 멀리서 가슴앓이만 한다.

이를 눈치 챈 봉이의 스승이자 혜각사 주지인 지명선사가 따금하게 일침을 가한다.

 

                   도반으로 생각해라!

                   친구에겐 탐심을 가질 수 있지만, 벗에게는 그리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친구와 벗의 차이니라.

 

벗과 친구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친구는 말 그대로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다.

우정을 나누는 사이이다.

언제든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벗은 다르다.

도반(道伴)이기 때문이다.

이 별에서 인생의 숙제를 함께 하며, 삶의 여정을 동행하는 영혼의 동반자이다.

친구에겐 내 주장을 강요할 수 있고, 내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으며,

나를 내세우기 위해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벗에게는 그리하지 못한다.

벗에게는 탐심, 그 자체를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벗은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운명의 끈으로 굳게 맺어진 천상의 인연이다.

늘 내 등 뒤에 따뜻한 손바닥을 대고 격려하고 있는 것 같은 기운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벗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존경, 배려, 이해, 격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성원이 전제된다.

그래서 벗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운명적인 힘의 개입이 필요하다.

벗... 도반은...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위안이자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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