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블로거 서평!
광고를 하지 않으면 책이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게 나왔다가 사라지는 신간이 부지기수다. 베스트셀러라는 책들도 광고라는 동력 장치를 빼면 금방 힘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책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유지하며 꾸준한 판매를 보이는 작품이 있어 관심을 끈다. 바로 지난 5월에 출간되었던 역사소설 <이몽>(전 2권)이다.
이 책은 우리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 가련한 임금 철종을 인간적으로 재조명한 작품이다. 작가가 6년 동안 철종에만 매달린 끝에 마침내 완성한,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이 깃든 책이었다. 하지만 영상 작업을 주로 해 왔던 작가의 처녀작이라 미디어에서 출간 당시에는 큰 조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작품이 눈 밝은 독자들에 의해 회자되고 추천되기 시작하더니, 광고 하나 없이 꾸준한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주요서점에서는 독자들이 매기는 책의 평점이 1권은 별 4개 반, 2권은 별 5개 만점이다. 아무리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도, 유명 작가의 책도 별 다섯 개 만점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여간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는 강화군에서 군 예산 ‘심의’를 통해 이 책을 대량 구입했고, 신간이 나왔을 때 관심을 보이지 않던 방송국(ytn, sbs, obs)에서도 뒤늦게 이 책에 대해 보도했다.
출간된 지 3개월, 소설 <이몽>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는 이유가 뭘까? <이몽>에 별 다섯 개를 준 스타블로거들의 서평 중 몇 편을 추려 입소문의 근원을 알아보았다. (일일이 블로거에게 인용 허락을 구하지 못했는데, 혹시 인용이 문제가 되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몽> 북트레일러의 주요 장면
★★★★★ 꽉 차 있는 보석함 같은 책. 철종시대의 역사뿐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까지 철종 관련 일이라면 포대화상의 포대처럼 잡동사니 하나 놓치지 않는 작가의 집착과 혜안이 너무도 대단해 당분간 철종을 다룬 책은 나올 수 없으리라 보인다. _ 삼공불환 인생
★★★★★ 이 소설에는 당시의 풍속이 정말 제대로 묘사되어 있다. 6년간의 노력을 쏟아내듯 당시의 정경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마치 발자크의 인간 희곡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의 모습들을 알고 싶다면 어려운 전문서적보다 이 책을 먼저 추천한다._자서
★★★★★ 훌륭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2부를 읽기 시작하면서 내 생각에 완전한 반전이 일어났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조선의 25대 왕. 철종이라는 인간의 삶이 이토록 고단했을까 하는 안쓰러움에 가슴이 저절로 메어왔다. 철종의 고통에 감정이 이입되어 문장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읽는 글이 고스란히 이미지로 연결되었다. _단예
★★★★★ 지고지순한 사랑은 권력 앞에 한낱 물거품이 되어 버렸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인간적인 철종의 면모에 감동이 물결처럼 파고든다. 조선 육조거리, 궁궐, 조정, 강화도를 오가는 한강의 물줄기 등이 연상되면서 가슴 뭉클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압도되고 몰입이 저절로 되었다._우보
★★★★★ 분명 내가 알고 있던 역사는 이러이러했건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능한 왕의 표본이었던 '강화도령' 철종이 지존의 몸이면서도 누명과 왜곡과 냉대로 점철된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다. 승자의 기록인 역사로 내가 알 수 없었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이야기들. 인간 이원범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_조나단
★★★★★ 얼마 전 중국소설가 샨사의 측천무후를 읽으면서 작가의 역량을 몹시 부러워한 적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김시연의 <이몽>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서 궁궐의 생활풍속과 왕실 의식, 그리고 아름다운 순 우리말을 자연스레 소설 속에 녹여낸 멋진 소설이 있단 생각에 가슴이 벅찼답니다. _나주메주의 메주꽃 피는 나무
★★★★★ 단 하나 원했던 사랑을 가지지도 못하고 평생을 죽음의 두려움과 권력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 죽어간 왕의 애달픈 이야기가 순 우리말로 된 화려한 문장과, 고증을 통해 복원해 낸 어가행차, 장례 등 왕실 행사의 자세한 묘사, 살아 있는 캐릭터의 표현이 어우러져 참으로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 낸 듯하다. _어릿광대의노래
★★★★★ 6년여 집필 기간 동안 자료조사와 고증에 힘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당시의 시대상을 역사서 읽듯 소상히 읽을 수 있었다는 점도 이 소설의 미덕이다. 기나긴 조선역사에 짤막한 자리를 차지했고, 그마저도 미미한 기억에 그친 철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 낸 작가의 노력과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읽는 재미도, 앎의 재미도 훌륭한 이런 역사 소설은 언제든 대환영이다._ 꿈꾸는 소년
‘문학을 문악으로 바라보기’라는 시니컬한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 중인 스타블로거 ‘단예’는 <주목하는 신간>에 이몽을 올려놓았고, '자서'는 이몽을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고 있다. '조나단'은 <5월에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소설로는 유일하게 이몽을 꼽았다.
그런데 아래처럼 누군가에게 비추천(?)한다는 분도 있다.
★★★★★ <이몽>을 통하여 철종의 아픈 사랑을 만나겠지만 왕(권력자)의 리더십이 백성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나랏일을 보시는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혹여나 악용의 소지가 생길까 우려하는 안타까운 맘이 생겨서 말입니다. _샹해요
한편 네이버 지식인에는, ‘thals6760’라는 분이 ‘국사나 역사에 흥미를 가질 만한 책'에 첫 번째로 <이몽>을 추천해 눈길을 끈다.
책을 읽고 좋은 평이든, 혹평이든 서평을 올려주신 모든 블로거들, 책의 진정한 주인은 그 책을 쓴 작가도 아니고, 책을 파는 출판사도 아니고, 바로 그런 독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가치를 찾고, 그것을 가슴 속에 간직하는 사람들. 어떤 책에 쓰인 문구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뿌리내린 책은 절대 죽지 않는” 것이다.
요즘 영화나 연극이나 출판이나 입소문이 중요하다. 먼 나라 미국에까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도 다 입소문 덕이 아닌가? 그래서 ‘입소문 마케팅’이란 것도 생겨났지만, 인위적인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발생적으로 입소문이 돌아 꾸준히 팔리는 책, 그런 책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편집자의 즐거움일 터이다. <이몽>을 읽고 정성껏 서평을 올려준 블로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소설 <이몽>이 입소문의 날개를 달고 더욱 꾸준히 팔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