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저를 경비 아저씨가 급히 부릅니다.
만사가 귀찮은 저는 무거운 여행가방 세 개를 짊어진 채 지친 얼굴로 경비실을 향합니다.
경비 아저씨가 제게 검은 비닐 봉지 하나를 내밉니다.
그 속엔 기름 범벅인 쑥호떡 3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기름이 얼마나 많은지 종이 봉투가 온통 기름에 푹 젖어 있습니다.
그 속엔 흑설탕까지 듬뿍 들어 있을 게 분명합니다,
저는 질색을 하며 사양합니다.
칼로리 계산을 하면 백번을 생각해도, 이 새벽에 먹을 수는 없는 일이죠.
이번엔 옆에 있던 다른 경비 아저씨까지 가세해 가져가 먹으라고 권합니다.
난감한 얼굴로 경비아저씨들을 쳐다보던 저는, 그제사 그들이 저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분들은 저를 주기 위해, 누군가 사다가 준 쑥호떡을 안 먹고 저를 기다린 게 분명합니다.
호떡이 3개인 이유는, 근무 중인 경비아저씨들이 모두 3명이기 때문이죠.
저는 하는 수 없이 호떡을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문 옆에 내팽개쳤습니다.
저는 단 몇 시간의 취침을 위해 목욕을 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한데, 소등하러 거실에 나왔던 제 눈에 아까 내팽개친 검은 비닐봉지가 보였습니다.
그 봉지 속에 숨어있던 경비 아저씨들의 따뜻한 마음이 저를 향해 마구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질끈 눈을 감고 매몰차게 뒤돌아섰습니다.
한데, 몇 발자국 안 가서 저는 다시 뒤돌아섰습니다.
저를 주기 위해 호떡을 안 먹고 기다린 경비아저씨들의 따뜻한 마음을 배신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망설이던 저는 호떡을 꺼내 키친타올로 정성껏 기름을 닦은 뒤, 전자렌지에서
따뜻하게 데웠습니다.
그리고 흑설탕이 듬뿍 들어있는 쑥호떡 3개를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먹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흐뭇함과 후회가 꼭 반반씩이었죠.
그래도 칼로리 걱정보다는, 경비아저씨들의 고맙고 따뜻한 마음이 제겐 더 소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았습니다.
기름과 설탕 범벅인 호떡 3개를 먹고 바로 잔 표시가 얼굴에 역연(歷然)했습니다.
그래도 제 얼굴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먹었으므로, 그날따라 퍽 예뻐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