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매일 아침 여행용 가방 3개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누가 봐도 4박 5일쯤 여행 가는 모습이죠.
사람들은 매일 여행(?)을 떠나는 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곤 합니다.
혹시 여행 가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가방 속엔 30kg의 책과 File 들이 들어 있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엔 힘든 무게이죠.
한때는 여행용 가방이 4개인 적도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내딛기 힘들 정도입니다.
매일 여행가방을 짊어질 때마다 저는 진저리를 치곤 합니다.
'신물이 난다'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무거운 짐 때문에 중심을 못잡고 뒤뚱거리며 걸을 때마다 입에선
'신물이 난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려고 합니다.
이렇게 저는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이런 생활을 한지 벌써 만 3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모든 명절과, 송년과, 새해를 모두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
때론 새벽에 때론 아침에 도서관에서 돌아옵니다.
남들이 출근 할 때, 저는 퇴근을 하는 셈이죠.
네댓 시간을 집에서 보낸 저는 다시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평생 학교와, 책과, 공부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처음부터 프로그램이 설정 된 사람이구나...
뒤늦은 깨달음이 저를 전율케 만듭니다.
하지만 이 깨달음 이후에 저는 한결 마음 편안해졌습니다.
평생 공부했고,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도서관에서 공부와 작업을 병행합니다.
그동안 원고지에서 워드 프로세서로, 다시 컴퓨터에서 노트북으로
작업 도구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책과 파일과 CD로 중무장한 저는 오늘도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 벚꽃과 목련, 진달래, 산수유꽃이 난만히
피었습니다.
연둣빛 나뭇잎들을 길게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바람결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춤을 줍니다.
이제 곧 벚꽃이 눈처럼 난분분 흩날리며 꽃길을 만들 것입니다.
저는 이 친근한 꽃나무들과 벌써 세번 째 봄을 함께 맞이했습니다.
* 믿고 읽는 김시연 작가의 글...
* 김시연 작가의 주 블로그는 네이버(Naver)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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