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유전자의 상관성
얼마 전, 극장에 갔다가 보고싶은 영화가 시간이 맞지 않아 생각지 않게
다른 외국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소감은 '아! 불륜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이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만큼 불륜(不倫)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한데 영화를 본 지 얼마되지 않아 한 종편 방송사에서 똑같은 제목과 똑같은
내용의 드라마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판권(版權)을 사서 드라마로 만든 모양이었다.
드라마 내용은 영화와 달리 두 사람의 불륜 만이 아니라, 주인공과 연관된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불륜을 시작했거나 곧 불륜을 저지를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불륜의 막장이었다.
문제는 불륜의 미화(美化)이다.
불륜을 순정적이거나 로맨틱하게 포장하는 이런 내용의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염려스러운 일이다.
이 시대가 성적으로 얼마나 타락하고 문란한지 그리고 양심과 죄책감이 없는
혼탁한 시대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불륜'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지속돼왔다.
오랜 연구의 대상이었다.
캐나다의 공립 연구중심대학인 워털루대학(University of Waterloo)의
크리스 바우흐 교수 연구팀 논문에 의하면 "인류의 선조는 수렵채집 생활을
할 무렵에는 일부다처제였지만, 농경(農耕)을 시작하며 집단으로 정착한 후
성병(性病)의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그로 인해 한 상대와 평생
백년해로하는 편이 공중위생적 관점에서 볼 때 집단 유지를 하기에 유리해서
그때부터 일부일처제가 정착하게 됐다"고 추론했다.
다른 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즉 인류의 뇌 구조는 선사시대(先史時代, prehistory)에 이미 불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일부일처제는 인류 진화의 흐름에서 극히 최근의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성병을 막기 위해 일부일처제가 정착하게 됐지만, 유전적으로 일명 '불륜의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여전히 성적으로 문란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륜의 막장이 계속되고 여전히 성병이 창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륜을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은 "인류의 절반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난다."고 단정
하면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두 사람 중 한명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 나기 때문이다.
한데, 불륜은 혼자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이 있다.
또 양쪽 부부 모두 불륜을 저지르면 그 파장은 적지 않다.
그 불륜 상대방에게는 파트너가 있고 또 그 파트너에게는 배우자나 애인이 있기
때문에 그들 또한 불륜을 저지를 경우 불륜의 도미노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불륜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해치지 않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불륜에 대하여 심리학적 접근이나 정신의학적 접근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뇌과학과 신경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육체와 정신적 비밀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뇌 속 물질을 연구한 최근의 과학적 결과는 불륜에 관한 인류의
비밀을 하나씩 세상에 드러내놓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즉 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체(AVPR)1A 유전자의
염기 배열(塩基排列, base sequence)에 따라 인간은 '불륜형'과 '정숙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학설이 뇌과학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즉 바소프레신 수용성이 높으면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貞淑) 성향을 띠고,
바소프레신이 낮을 경우 다처다부(多妻多夫) 불륜 성향을 띤다는 것이다.
이 호르몬의 수용성을 낮추는 '불륜형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대체로
파트너에 불만이 많고, 남에게 친절하지 않으며, 매우 이기적이고, 또 애착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자제력이 약해 이성이 쉽게 무너진다.
때문에 '불륜형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이혼율과 미혼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숙형과 불륜형의 비율은 대략 반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륜형 유전자'는 분명 존재한다.
결국 2명 중 1명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
한데 이 불륜 유전자는 대물림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불륜 유전자를 타고 났다 하더라도 인간은 교육과 수양, 지성을 통하여
또는 종교적 신념에 의해 불륜의 늪에 빠지지 않는 자제력을 얼마든지 발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규범과 질서, 양심과 죄책감, 가족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불륜을 쉽게 저지르고 지속적으로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런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특징은 죄책감이 없고, 공감 능력이나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며 또 본능 억제력이 매우 약하다.
유혹 앞에서 이성이 쉽게 마비된다.
한 유명 영화감독과 인기 여배우의 요란한 불륜 스캔들, 또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한 재벌 총수의 언론을 통한 당당한 불륜 공개와 이를 통해 부인에게 공개적으로
이혼을 강요하는 파렴치한 행태는 이들이 사회적 인식 결여와 함께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인물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불륜 행동에는 유전자만 연관 있는 게 아니라 뇌 구조도 성적 일탈을 부추기는
사실도 뇌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뇌 부위는 사회적 제재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고, 상식적 윤리관과 선악(善惡) 판단을 담당한다.
이 부위의 기능이 약해지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성적으로 자유분방해지기 쉽다.
한데, 이 부위는 특히 알코올에 약하다.
술김에 하룻밤 실수를 저지리는 과학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클럽이나 노래방에 갔다가 처음 보는 상대와 쉽게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이처런
술과 연관이 있다.
불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술은 독약인 셈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불륜형 유전자' 소지자는 대체로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크고 또 타자에 대한 친절 빈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적인 결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은 파트너와 관계를 가져 오히려
번식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추론도 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불륜 상대를 계속 바꾸는 것은 이와 연관이 있다.
또 이들 남자의 특징은 남성성을 여성으로부터 끊임없이 인정받으려고 한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섹시함과 거리가 멀면서도 끊임없이 남성들에게 자신의 섹시함을 어필하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oxytocin)
수용체 유전자의 염기 배열 또한 배우자에 대한 애정 정도 등 성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이나 연애할 때 대량 분비되는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인 DRD4는 성관계와
외도(外道) 성향을 결정하는 데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을 잘 이해하려면 반드시 뇌과학적 접근과 신경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과학적 접근이 아닌 심리적 접근이나 정신의학적 접근은 인간의 본성이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그만큼 지금은 인간을 과학적으로 분석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불륜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낭만이나 로맨스가 결코 아니다.
매우 이기적인 행동이고,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적 장애라고
볼 수 있다.
또 주위의 여러 대상들에게 해를 끼치고 상처를 준다.
불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있다.
육신을 병들고 황폐하게 만들며, 간음(奸淫)은 종교적으로도 큰 죄악에 속한다.
때문에 불륜을 절대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불륜을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과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
외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파트너와 섹스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그동안 관계를 맺어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섹스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무서운 이야기다.
인간을 과학적으로 거의 다 분석 가능한 첨단(尖端) 시대임에도 유독 성병 만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신약을 출시해도 여전히 창궐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바로 이런 불륜 행위와 성적인 타락 현상 때문이다.
오로지 쾌락과 본능에만 충실하고, 양심과 죄책감 없이 몸을 함부로 내돌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처음 만난 사람, 잘 모르는 사람과의 섹스가 훗날 얼마나 몸과 마음에 큰 흔적을
남기고 영혼을 병들게 하는지 깊이 잘 생각해봐야만 한다.
반드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무엇이든 적당히 즐기는 게 좋다.
도를 넘어 쾌락을 추구하면 탈이 나게 돼있다.
반드시 대가를 치루게 된다.
늘 새로운 상대와의 섹스를 꿈꾸는 '불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더라도 시대에
맞는 사회적 질서와 종교적인 신념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본능을 억제하고,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도록 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불륜 성향이 강하거나 유혹에 약한 사람들은 이를 자신의 숙제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불륜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라고 잠시 착각하는 것뿐이다.
불륜은 단순히 육욕(肉慾)이고, 성욕(性慾)이며, 탐욕에 불과하다.
* 믿고 읽는 김시연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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