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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指鹿爲馬)

아라홍련 2014. 12. 22. 04:16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뽑혔다.

            매년 12월, 교수신문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를 설문 조사해서 발표한다.        

            올해는 724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7.8%인 201명이 '지록위마'를

          선택했다.    

​        2013년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가 뽑혔고, 2012년엔

            거세개탁(擧世皆濁) 정돼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거세개탁'이란...​ '온 세상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고 탁, 홀로

            깨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해마다 연말에 발표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

          오탁악세(五濁惡世) 전형적인 혼돈과 혼탁한 세상을 엿볼 수가 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이다. 

            즉 고의적이거나 위압적으로 남에게 잘못을 밀어붙여 옳고 그름을 뒤 바꾸는 행위, 또는

            윗사람을 농락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

​        처음에는 주로 윗사람을 농락하는 걸 일컫는 뜻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흑백이 뒤바뀌고

            사실이 호도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진시황(秦始皇)이 ​죽고 2세인 호해가 황제였던 시절, 환관 출신인 승상 조고(趙高)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다른 신하들이 자기 말을 잘 들을지 시험하기 위해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故事)에서 유래됐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나라 시황제가 승하하자, 당시 황제의 최측근인 환관 '조고'는

             황제의 유서를 조작했다.

          즉 진시황은 황태자인 '(扶蘇)'를 후대 황제로 삼는다는 유서를 남겼지만, '조고'가 

             조서(詔書) 조작해 어린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삼는다고 거짓으로 꾸민 것이다.   

  ​       영민한 황태자 '부소'보다는 어린 '호해'가 훨씬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조고'는 호해를 교묘히 조정해, 권력의 대척점에 있는 많은 대신들을 죽이고 자신이 승상이

           돼 조정의 실권을 단숨에 장악했다.

              마침내 역심(逆心)이 발동한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잔꾀를 생각해냈다.

              그래서 황제인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폐하!  말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소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호해'는 "허허,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

            하면서 대신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이 사슴이 말로 보이는가?"

              ... 그러자 대부분의 신하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그렇다."고 아뢰었다.

              그러나 일부 대신들은 "말이 아니고 사슴이다."라고 정직하게 답했다.

           '조고'는 정직하게 답변한 대신들을 기억해두었다가 엉뚱한 죄를 씌워 모두 죽여버렸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감히 반대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4년!...

              올해는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

              온갖 거짓과 변명, 책임회피, 직무유기, 직무태만이 우리 사회를 호도하고 강타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구석에서도 진짜 '말'의 모습을 보기 힘든 한해였다.

​         그만큼 진실이나 정의와는 거리가 먼 가짜 논란과 부정부패, 비리, 횡령, 패거리들

              간의 권력 싸움, 유언비어, 흑색선전, 음모론이 난무했다.  ​

              그래서 웬만큼 판단력과 통찰력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들고, 또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삭족적리(削足適履)' 170명(23.5%)이 선택했다.

              삭족적리는 '발을 깎아 신발을 맞춘다'는 뜻으로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적용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3위는 교수 147명(20.3%)의 선택을 받은 '지통재심(
至痛在心)' 뽑혔다. 

              이는 '지극한 아픔이 마음에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  뜻이다. 
              4위는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뜻의 '참불인도
(
慘不忍睹)'가 146명

              (20.2%)의 선택을 받아 뽑혔다.

              5위는 '여러 갈래로 찢겨지거나 흩어진 상황'을 가리키는 '사분오열(四分五裂)'이

              60(8.3%)의 선택을 받았다. 

           1위부터 5위까지의 <올해의 사자성어>들을 살펴보면, 올 한 해 우리나라의 상황이

              어땠는지,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 수가 있다.

              또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불안하며, 힘겨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권력자들의 정치적 역량도 보이지 않고, 국민의 분열이나 갈등도 봉합하지

              못했으며,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자만심 때문에 세상은 온통 혼란스럽고 혼탁하며,

              혼돈스럽기만 했다.

              진심으로 참회하거나 반성하는 자도 없었고, 책임지는 자도 없었다.

              거짓말과 변명, 은폐, 음모론만 난무했다.

              앞으로는 제발 편안한 의미의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