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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원에 팔린 백석의 시집 <사슴>

아라홍련 2014. 12. 7. 01:23

 

                                            

 

 

 

           지금으로부터 불과 20일 전인 2014년 11월 19일, 종로에 있는 경매회사 코베이에서

               열린 경매에는 백석(白石) 유일한 시집인 <사슴> 한 권이 나왔다. 

            이 책은 처음 5,500만원부터 입찰이 시작돼 결국 7,000만원에 낙찰됐다.  ​

            이 충격적인 낙찰가는 근대 문학 자료 중 최고가이다.

            2011년에 있던 경매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본이

            1,700만원에 팔린 적이 있다.    

            <사슴>은 1936년 1월 20일,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 한정판으로 찍었다.

            희귀본이다. ​

            당시 이 시집의 초판본 가격은 2원()이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가즈랑 집', '머루밤', '절간의 소 이야기' 등 총 33편의

             가 실려 있다.  ​

             이 시집엔 저작 겸 발행자로 <백석>이 기재돼 있어, 이 시집은 백석이 자비(自費)

             시집을 펴낸 것으로 추정된다.  ​

             이 시집 안에는 '이원조씨 백석'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볼 때 백석이 '이육사' 시인의 동생인 문학평론가 이원조(1909~1955)에게 직접

             준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일본에서 함께 유학한 문우(文友)이다.

​         이원조는 호세이에서 불문학을, 백석은 아오야마 학원(靑山學院)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때문에 이들은 자주 만나 세계 문학에 대해 의견을 나누곤 했다.

             함께 조선일보사에서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부르주아 문학을 비판하는 평론을 썼던 이원조는 해방 후 월북했다.

                      

             <사슴>은 워낙 발간 부수가 적어 백석을 롤 모델로 삼았던 윤동주(1917~1945) 시인도

             이 시집을 구하지 못해 도서관에서 필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       <사슴> 초판본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도서관, 대전 문학관 등에 7권이 남아있다.

             특히 대전 문학관에 소장돼 있는 시집에는 백석이 김영랑(1903~1950)에게 주면서

             친필 사인을 해 ' (영랑 형 백석)'이 적혀 있다.

             그러나 백석의 책이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계간지 '시인세계' 여름호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백석 시집 <사슴>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 1위에 올랐다.

              그만큼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문학인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는 시집이다.

              북한에서는 제대로 된 작품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양치기로 살았던 백석!...

              북한 사람들도 그를  잘 모르고, 일부에서만 시인이 아닌 번역가나 동시 작가로만 

              기억한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철저히 잊혀진 인물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그의 전처인 '문경옥'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총애를 받으며 북한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경옥'의 이력에도 백석과의 결혼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만큼 문경옥이나 그녀를 총애했던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 또 그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북한 예술계 쪽 입장에서는 백석이야말로 '잊고 싶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남한 신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찬란한 황금기를 보낸 모던 보이

              백석!...

              북한에서도 철저히 잊혀진 그를... 또 그의 작품들을... 한국인들이 사랑하며  집중

              재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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