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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홍련 2014. 5. 4. 22:02

 


                            <오늘 찍은 사진.

                        실내에서 셀카 찍으면 왜 화질이 이렇게 나오는지, 참...>

 

 

           

                               

        최근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사실 이런 책이 나올 줄 몰랐다.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이 책 <한국 장애인사>는 우리 역사에서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갖고도 중요한 행적이나

        업적을 남긴 대표인물 60명을 정리한 책이다. ​

        특히 왕족(王族) 편에서는 세종과 선조, 숙종, 경종, 순종, 환성군, 경평군 이륵, 정화옹주,

        안흥군 등 총 8명의 장애 부분을 다루고 있다.  ​

        기록과 다양한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편찬됐다.   

 ​       한데 이 책을 쓴 저자 4명 중,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2명은 국문학을...

        1명은 불교학을...

        1명은 일본에서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불교학을 전공한 저자는 실제로 장애인이다.

        방송일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나머지 3명 중 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주도한 사람이 장애를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책을 내려는

        기발한 생각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쯤 되면 참 생각할 게 많아진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대체 무엇을 했던 것일까?​...

        난 박물관대학을 50여 회나 수료했고, 그 외에 <한국사>와 <경국대전>, 조선의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 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전문적인 강의를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역사학자들의 강의는 거의 다 들은 셈이다.

        하도 오래 다니다 보니, 듣고 또 듣고 같은 강의를 수없이 반복해 많이 들어왔다.

        그 중 누구도 선조(宣祖)가 <정신분열증>이란 얘길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하나같이 선조가 '성격이 좀 이상한 왕'이었다고만 했을 뿐이다.

        ...?

        실록에서 자료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선조나 광해군, 임진왜란에 대해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자들은, 선조가

        정신분열증을 심각하게 앓았다는 기록을 실록에서 찾아냈어야만 했다. ​

        그것이 기본 아닌가?...​

        그래야 선조의 그 이해하지 못할 많은 언행과 임진왜란... 광해군... 나아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이르기까지 그 상황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비판 일색인 선조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여지까지 있게 된다. 

        한데, 아쉽게도 학자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특히 선조(宣祖)와 후궁인 은빈 한 씨와의 사이에 낳은 둘째 아들 왕자 경평군 이륵(李玏)도 

        심각한 정신장애를 앓았고, 경평군의 동복 동생인 정화옹주(貞和翁主) 또한 벙어리인 아자

        (啞者)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선조의 정신질환이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

        그럼에도 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실록에서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장애를 가진 비전공자들이 이를 밝혀낸 셈이다. ​

 

        앞서 언급했듯, 이 책을 낸 저자들은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명백한 장애를 갖고 있던 王들과 유명한 인물들을 

        실록과 사료에서 다 찾아냈다.

        물론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책이니, 그쪽 도움이나 지도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이들이 매우 신선한 주제로 중요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한 건 사실이다. ​

        나 또한 그동안 실록(實錄)을 누구보다 많이 읽은 사람이다.

        하지만 500여 년 동안의 그 많은 실록 전체를 다 읽어볼 수는 없다.

        대부분 자기 전공과 연관 있는 부분만 찾아 읽던지, 아니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는다.

        자료로 활용하거나, 어떤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고 또 그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실록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그 많은 학자들 중에서 실록 전체를 읽었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실록 전체를 100번 이상 읽었다고 떠드는 자들은 백 퍼센트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다.

        역사 관련 책을 내면서 책을 팔아먹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면 틀린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데도 또 고집은 있어 고치지를 않는다.

        진짜로 실록을 읽었다면, 절대로 틀릴 수 없는 부분도 엉터리로 쓰여있다.

        확인 작업도 제대로 하지 않을뿐더러, 대부분 성격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쓸데없는 고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동안 실록(實錄) 전체를 다 읽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7대에 걸친 왕의 실록, 거기다 새로 고쳐진 실록까지 500여 년간의 실록을 다 읽는 일이란

        어떤 사람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공자들, 특히 선조나 광해군 또는 임진왜란,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책을 내거나 강의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선조의 어환(御患)은 찾아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걸 장애를 가진 비전공자들이 찾아내게 한 건 거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

        생각할수록 기막힌 일이다.

 

        이 책은 새로운 자료를 찾아냈기 때문에 책값이 분량에 비해 비싸다.

        그래도 처음 나온 신선한 주제의 내용이니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늘 공부해야 할 학자들!...

        한데 TV 좀 자주 나오고, 책 좀 많이 팔아먹으면 아마도 더 이상 공부는 하지 않는 듯하다. 

        정말 씁쓰름한 일이다.

​        진정한 학자라면 패거리나 돈벌이에만 신경쓰지 말고, 평생 공부해야 한다. 

        ... 그게 부끄럽지 않은 학자의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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