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교와 지혜로는 하늘을 당할 수 없다
貞士無心徼福,天卽就無心處牖其衷.
憸人著意避禍,天卽就著意中奪其魄.
可見天之機權最神,人之智巧何益?
~* 채근담(菜根譚) *~
올곧은 사람은 복을 구하는데 무심하지만
하늘이 그 무심함에 찾아가 그 참된 마음을 이끌어 주고,
간사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려 애쓰지만
하늘이 그 집착 속에 찾아가 그 넋을 빼앗는다.
이에 하늘의 힘이 지극히 신령함을 알 수 있으니
인간의 지혜와 잔재주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은 우주의 학교이다.
때문에 사바세계(娑婆世界)에는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엄격한 질서와 규칙이
존재한다.
우선, 지구에는 영원한 게 없다.
영원(永遠)과 불멸(不滅)은 이 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허락된 것이 아닌, 神의 몫이기 때문이다.
어떤 절대 권력자도 지구에서 영원한 삶이나 영원한 청춘, 영원한 권력, 영원한
영원한 사랑을 소유한 사람은 없었다.
이는 역사(歷史)가 증명한다.
'나폴레옹'은 신(神)과 인간(人間)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神은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이란 말에는 '인간에게 허락된 부분'과 '제한'이란 의미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는 인간에게 자유 의지(自由意志)는 주어졌으되, 어디까지나 하늘로부터 허락된
질서와 규칙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한계를 지나치게 되면, 하늘에서는 반드시 천기(天氣)가 움직인다.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계절은 반드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순환된다.
이 사이클이 조금만 바뀌어도 지구는 아수라장이 되고, 생명체가 존재하기힘들어진다.
달은 차면 반드시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른다.
산에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고, 정점을 찍으면 반드시 내려올 일만 남는다.
산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펄쩍거리면, 결국 낭길에 매달려
위기를 초래한다.
인간의 한계를 망각하고 영원히 절대 권력자로 남고 싶어 하거나, 정상과 정점에서
계속 머물려고 하면, 하늘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
대부분 권력자나 재벌들의 말로가 비참하고, 자칫 잘못하면 욕된 이름을 세상에
남기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악(惡)이 끝까지 찬 인간은, 반드시 천기(天氣)가 움직여 대가를 치루게 한다.
이는 인간의 기교나 지혜, 또는 돈과 권력으로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하늘을 어찌 당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열심히 숙제하고, 선업(善業)을 많이
쌓아서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영혼과 후손의 안녕을 도모하려 애쓴다.
이들은 이 별에 숙제하러 온 자신의 목적을 잘 간파하고 있고, 또 돈이나 권력, 명예
만으로는 인생을 승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다.
인간은 많은 재물과 막강한 권력, 또는 높은 명예를 남겼다고 해서 그사람의 삶이
결코 고결하거나 훌륭한 게 아니다.
재물과 부귀영화를 많이 세습받은 사람들이 세상에 모범을 보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은 자신에게 허락된 재물이나 명예 그 이상의 것을 불법과 술수를 써서 축적하면,
사람답게 살기가 어려워진다.
가치관과 인생관, 행복관, 여성관, 종교관이 모두 왜곡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성경에서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까지 말했을까?...
이 말은 성경에 쓰여있지만, 그보다 수천 년 앞선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교훈이다.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이 별에 와서 돈과 명리(名利), 부귀영달과 상관없이
한평생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사람답게 살아가기만 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뜻이다.
한데 이런 올바른 가치관이나 우주관, 인생관을 가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최근, 극명하게 보여준 한 인물이 있다.
나이 73세!...
이 나이가 되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정직하고 겸손하게 뒤돌아봐야 할 때이다.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외국으로 도피해, 카지노에서 도박이나 할
나이가 결코 아니다.
그야말로 진작에 철들었어야 할 나이이다.
한데 그 많은 돈과 권력, 명예를 갖고도 Noblesse Oblige는 커녕, 조세포탈은 기본
이요, 뇌물, 사기, 배임, 도박, 재산 해외유출, 도피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법을
저지르며 한 지방에서 오랫동안 마치 대통령 같은 행세를 해왔다.
흔히 말하는 지역 유지... 뭐 이런 정도가 아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마저도 국민들로부터 감시의 눈길을 받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싸고도는 이 사람처럼 완벽한 보호막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 사람은 몇 년 전, 400억 원 대의 벌금과 세금을 미납한 채 뉴질랜드로 도피했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그의 비리를 도와주는 법조계의 철저한 방어막들이 존재했고,
또 세습된 부(富)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 지역의 유력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는
막강한 권력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도피자의 신분으로 칠순이 된 그가 외국에서 한 일이란... 카지노에서 도박이나 하고,
80억짜리 집을 사서 초호화판 생활을 하며 돈을 흥청망청 쓰고, 외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이었다.
현재 알려진 것만 해도 실제로 14개의 사업체를 뉴질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야말로 기막힌 히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그 지역에서만 일하는 향판(鄕判, 지방 법관)과 그가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 그리고
그를 마치 지역 대통령처럼 대우하는 지방 검찰과 법원의 비호, 또한 법조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인척들이 튼튼한 보호막이 됐다.
이 사람의 아버지는 그 지방에서 37년 동안 향판 생활을 했고, 남동생은 현직 판사들의
골프 모임인 <법구회>의 스폰서였다.
또 여동생은 현재 여성으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법무부 교정위원 중앙협의회 회장직>
을 맡고 있고, 매제는 그 지역 검찰청 차장검사였다.
심지어 사위까지도 현재 그 지역 판사로 재직 중이다.
이쯤되면 그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왜 인생을 올바로 살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는
지, 왜 그 나이에 도덕성이라곤 전혀 없는지... 그동안 어떻게 불법을 저지르며 부와
권력을 축적했는지... 또 어떻게 벌금도 안 내고 외국으로 도망칠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하루에 벌금 5억 원을 탕감해주는 기막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 윤곽이 서서히
잡힐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하루 노역으로 벌금 5억원을 탕감받는 데에는, 그 지역 천주교
까지도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그는 판결 받기 직전, 지역 교구청에 300억 원을 기부한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150억원을 지부했다.
한데, 세상에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하루 5억원 짜리 황제 노역으로 감형을 받은
뒤, 바로 천주교에서 1500억 원을 모두 돌려받았다.
이는 짬짜미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유례가 없는 추악한 사건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가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다.
더 기막힌 일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검찰은 <선고유예>를 내렸고, 심지어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엄연한 직무유기이다.
이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특정 인물이나 특정 사건에 대해 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됐다.
반면에,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자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얼마든지
유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다.
한마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그가 며칠 전 갑자기 귀국한 것은, 하루 5억원 짜리 황제 노역장 생활을 49일만 하면
벌금을 한 푼도 안 내고 249억을 몽땅 탕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자 법무부는 급히 황제 노역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단 5일동안의 황제 노역으로 그가 벌금을 탕감받은 금액은 무려 30억!...
귀국해 체포된 날부터 계산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6억 원 꼴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별다른 노역을 하지 않았다.
여동생이 현재 <법무부 교정위원 중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터에, 누가 감히
이사람에게 노역을 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한데... 이들이 잊은 게 하나 있다.
악이 끝까지 차면, 반드시 하늘에서 천기(天氣)로 친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 했는데, 악을 끝까지 행하다가 결국 여러 기관과 여러사람의
악행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향판제(鄕判制)의 폐해와 존폐 여부도 관심사에 올랐다.
악한 자들이 보호막이 한꺼번에 벗겨질 기로에 섰다.
이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최고 권력자의 삶을
살며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시 저지할 수 없을 정도로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탐욕과 교만이 하늘까지 찔러, 결국 천기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한평생을 돈과 권력, 명예, 권위에 사로잡혀 살았던 73세의 노회한 인간!...
얼굴엔 그동안 살아온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치열하게 산 흔적도, 착하게 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또 이 별에 왜 왔는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흔적조차 없다.
이 추악한 사건은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올바로 살아가는
것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위의 글에서 정사(貞士)란... 지조가 곧은 선비를 말한다.
저의(著意)는 '주의하다', '신경을 쓰다', '심혈을 기울이다', '마음에 두다' 란 뜻을
가지고 있다.
기권(機權)은 기략(機略)과 권도(權道)를 뜻한다.
기략이란... '기지'와 '임기응변의 계략'을 말하고, 권도란... 수단방법이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또 최신(最神)은 '가장 신령스러운 것'을 말하고, 지교(智巧)는 '지혜'나 '기교'를
뜻한다.
* 이 글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