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게 살고, 한적함을 즐기라!
奢者富而不足, 何如儉者貧而有餘.
能者勞而府怨, 何如拙者逸而全眞.
<채근담(菜根譚)>
사치하는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항상 부족하다.
검소한 가난 속의 여유와 어찌 같겠는가?
유능한 사람은 애써 일하면서도 원망을 불러들인다.
어찌 무능한 사람의 한가로움 속 천진함과 같을 수
있겠는가?
* 사치하는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항상 뭔가 부족한 표정이다.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어도 얼굴엔 과시욕, 자만심과 함께 늘 궁색함이 엿보인다.
아무리 사고 또 사도, 끊임없이 나오는 신상품에 대한 욕심과 갈망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치(奢侈)는 중독(中毒)이다.
한번 물들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가치관이 왜곡되고, 허영심이 심하며, 자아정체성(identity)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과시욕(誇示慾)에 목숨을 건다.
또 항상 탐욕에 젖어있기 때문에 얼굴에 여유로움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자족감(自足感)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최소한의 자존심(自尊心)도 없다.
명품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하며, 부정한 돈도 받는다.
종국엔 사치와 명품 때문에 자신마저 잃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고 사치를 멀리하는 사람들은 과시욕이 없다.
자아정체성이 확립되고 가치관이 뚜렷해 결코 남을 부러워하거나 따라하기,
흉내내기를 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가치관에 신념이 있어 스스로 만족한다.
인성이 건강하고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된 사람은 절대로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옷이나 핸드백을 남에게 자랑하지도 않으며, 결코 다른 사람의 눈길을 즐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치와 명품에 대한 갈망, 과시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사치와 명품을 위해 자존심도 팔고, 영혼도 판다.
팔 수 있는 것은 육신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판다.
악마에게 기꺼이 영혼까지도 판다.
우연히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개탄하는 이들이 많다.
쇼핑호스트들이 자신이 소개하는 물건을 사서 남들에게 자랑하라고 계속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악마의 소리처럼 끊임없이 고객들을 유혹한다.
비싼 옷을 사서 입고, 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비싼 명품 핸드백을 들고,
강남 까페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즐기라고 노골적으로 권한다.
자녀들 학교에 가서 다른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느껴보라고 부추긴다.
또 동창회에 가서 비싼 옷과 값비싼 보석, 명품 핸드백을 친구들에게 자랑
하라고 한다.
남편 친구들 모임에 가서도 비싼 옷과 명품 핸드백을 자랑하라고 유혹한다.
한데, 이들은 모른다.
저속한 과시욕과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즐기는 그 표정이 얼마나 구리고,
추하며, 또 경박한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성과는 거리가 먼 사치스러운 자들의 과시욕과 유행
따라잡기에 몰두한 차림을 얼마나 경박하고 추접하게 여기는지를 이들은
모른다.
강남 까페에 앉아서 남의 시선을 즐기기 위해 흘깃흘깃 주위사람들을 둘러보는
여자들의 표정이 얼마나 추하고 천박스러운지를 그들은 결코 모른다.
TV에서 한 여성을 본 적이 있다.
작은 원룸에 사는 한 30대 초반 여성이 총 구매가격이 7천 만원 이상 되는
명품 핸드백들을 진열대에 가득 진열해놓고는 의기양양 설명하는 것을...!
이 여성은 핸드백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이 아가" , "우리 아가들"
이라는 표현을 썼다.
명품 핸드백을 사기 위해 빚도 많이 졌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한다고도 했다.
허긴 방송국에서 돈을 받지 않았으면 그런 취재에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여성은 전혀 수치감을 못 느끼는듯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핸드백들을 보여주며 입에 침을 튀기며 설명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룸에 빽빽히 진열된 그 가방의 가격엔 관심이 없고,
전혀 부러워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한심해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 한듯했다.
이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여성의 마음에 지독한 병이 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명품 중독이다.
사치에 한번 물들면 자신의 인생만 망치는 게 아니다.
사귀는 사람도, 후에 남편이나 가족의 삶도 모두 망가뜨린다.
이는 죄악에 다름아니다.
한데... 이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사치는 단순한 호사(豪奢)가 아니라 영혼을 파괴하는 병이다.
수천 년 전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성인과 현자들이 "사치하지
말라!"고 엄격히 훈계한 것도 바로 같은 맥락이다.
또 모든 종교와 처세서도 이와 같이 가르치고 있다.
노자(老子)엔 知足不辱 知止不殆란 글이 있다.
부족할 때 손을 떼면 욕을 당하지 않고,
머무를 줄 알면 위험을 면한다.
탐욕은 마치 사탕가게와 같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갖고 싶어진다.
탐욕을 덜어버리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결국 인생이 비루하고 남루해진다.
명품과 사치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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