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놀기만 하면, 아무런 진보가 없다
泛駕之馬可就驅馳, 躍冶之金終歸型範.
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
白沙云, "爲人多 病, 未足羞", 眞確論也.
~* 채근담(菜根譚) *~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부릴수 있고, 다루기 힘든 쇠도 잘 다루면 마침내 기물(器物)이 된다. 단지 일없이 놀기만 하고 분발함이 없으면 몸을 마칠때까지 아무런 진보도 없을 것이다. 백사(白沙)가 이르기를, "사람이 되어서 병 많음은 결코 부끄러울 것 없으나, 일생토록 마음의 병 없음이 내 근심이다." 라고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 봉가지마(泛駕之馬)는 힘이 너무 세어 날뛰면서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을 뜻한다. 한데, 자세히 보면 한자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泛자는 바로 '뜰 범'字이다. 그러나 '뒤집어 엎는다.'는 뜻일 때는 <봉>자로 읽어야 옳다. <범가지마>라고 읽으면 틀린 것이 된다. <봉가지마>가 읽는 게 맞다. 가(駕)는 멍에, 가마, 수레를 뜻한다.
수레를 뒤엎는 말은 고약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본래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말을 잘만 길들이기만 하면, 이 사나운 말도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봉가지마'라고 하면 '평상의 도리를 따르지 않는 영웅'을 비유해서 사용하는 말이다. 본래는 한서(漢書)의 무제기(武帝記)에 나오는 말이다. 전한의 7대 황제인 한무제가 인재를 구하는 조서를 내리면서, 그 내용에
수레를 엎어뜨리는 사나운 말도 천리를 갈 수가 있고, 예법에 구애받지 않는 선비도 공명을 누릴 수 있다.
... 이런 말을 집어놓은 데서 비롯됐다. 이런 조칙을 내린 것을 보면, 한무제(BC156~ BC 87)는 인재를 발굴할 줄 아는 웅대한 지략가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漢 제국의 무제 시대는 영토의 확장과 유교의 국교화 등 사상적, 문화적, 경제적 발전을 이룬 전성기였다. 한무제는 통치 기간 54년 동안 중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황금시대를 구축했다. 특히 2,000년에 걸친 중국 정신문화의 방향은 바로 한무제의 치세 때 규정됐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일명 <2,000년 중국 문명의 설계자>로 불리운다. 고조선을 정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에 진시황을 능가하는 폭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마천에게 거세형을 내리기도 했고, 흉노와 40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위의 글에서 가취(可就)는 <곧바로>, 또는 <틀림없이>를 뜻한다. 또 형범(型範)은 <전형적인 모범>이나 <틀>을 의미한다. 우유(優遊)는 '하는 일 없이 편안하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을 말한다. 부진(不振)은 <부진하다>, <왕성하지 않다>, 또는 <활발하게 움직여 떨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무개(無個)는 <한개도 없음>을 뜻한다. 백사(白沙)는 명(明)나라 때의 학자인 진헌장(陳獻章, 1428~1500)을 말한다. 字는 공포(公浦), 號는 석재(石齋)이다. 중국 명나라 사조(思潮)의 선구적 역할을 수행한 사상가이다. 신장은 8척, 눈빛은 별과 같았고, 우검(右瞼)에 일곱 개의 흑점이 있어 마치 북두(北斗)와 같았다고 전해진다. 미족(未足)은 <아직 넉넉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또 확론(確論)은 '합당한 논조', '올바른 언론', 또는 '지당한 언론'을 뜻한다.
<한무제 초상화. 중국 서안 마오링(茂陵) 박물관 소장>
* 이 글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