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 詩 13,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네
人生無根蔕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어
飄如陌上塵 길 위에 흩날리는 먼지와 같네
分散逐風轉 바람 따라 이리저리 뒤집히나니
此已非常身 이에 인생이 무상함을 알겠네
落地為兄弟 세상에 태어나 형 아우하는 것이
何必骨肉親 어찌 친척만의 일이겠는가
得歡當作樂 기쁜 일은 마땅히 서로 즐기고
斗酒聚比鄰 한 말 술이라도 이웃과 마셔야지
盛年不重來 젊음은 다시는 안 돌아오고
一日難再晨 하루에 새벽이 두 번은 없네
及時當勉勵 좋은 때 잃지말고 마땅히 힘써야지
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느니...
~* 도연명(陶淵明), 雜詩 01편 *~
* 도연명(365~427)은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이름은 잠(潛), 號는 오류선생(五柳先生), 字는 연명(淵明)이다.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의 송(宋)나라 초기에 걸쳐 생존했다.
중국 자연주의 시인의 아버지로 전원시(田園詩)의 태두이다.
중국의 모든 시인들의 그의 詩 정신을 이어받아서 발전 계승시켜 왔다.
그의 생애는 항상 곤궁했으나, 그의 사상은 언제나 고결하고 담박했다.
도연명이 물질의 노예가 되고, 명리와 부귀영달에 목을 맨 사람이었다면
후대에 그토록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햇을 것이다.
세속으로부터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자신의 분복을 잘 알고 있기에
본분에 충실하며, 노동과 창작에 몰두하는 일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결코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도연명의 담박하고 고결한 정신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토록 존경받고
빛을 발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이런 글이 있다.
만족할 줄 알아 언제나 만족스럽게 여기면
한 평생 욕됨이 없을 것이고,
그칠 줄 알아 항상 그친다면
한 평생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도연명이 꼭 이렇게 살았다!...
위의 詩에서 체(蔕)는 호박이나 오이 같은 '채소류의 꼭지'를 뜻한다.
맥(陌)은 '밭사이의 좁은 길'이란 뜻이다.
표연(飄然)은 나부낄 표(飄), 그럴 연(然)이므로 '바람에 나부껴 펄럭이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표연(飄然)은 '훌쩍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축풍전(逐風轉)은 쫒을 축(逐), 바람 풍(風), 구를 전(轉)이므로 '바람 따라
구른다'는 뜻이다.
취비린(聚比隣)은 모을 취(聚), 견줄(나란할) 비(比), 이웃 린(隣)이므로
'이웃과 함께 모인다'는 의미이다.